초고순도 황산 생산…국내 반도체 수요 60% 이상 공급
원유 의존 낮춘 제련 공정…지정학 리스크 대응 경쟁력
美 제련소 구축 추진…글로벌 공급망 핵심 축 도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모습. [사진=고려아연]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고려아연이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초고순도 황산을 앞세워 글로벌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반도체 생산 증가 속에서 안정적인 소재 공급 능력을 기반으로 ‘숨은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8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는 반도체 황산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미국 시장까지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 황산은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전체 세정 공정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며, 반도체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순도와 품질 안정성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세 공정에서는 극미량의 불순물도 수율과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지정학적 변수로 황산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황산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황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유가 변동과 공급망 차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과 해상 운송 리스크가 확대되며 원재료 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통합 제련 공정을 통해 반도체 황산을 생산하고 있어 이러한 외부 변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다. 원유 정제 의존도가 낮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생산 역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SO₂)을 정제해 순도 99.9999% 이상의 초고순도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온산제련소 내 19개 생산 라인을 기반으로 연간 28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증설을 통해 연간 32만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향후 추가 투자를 통해 50만톤까지 생산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생산 기반을 토대로 고려아연은 국내 반도체 황산 수요의 약 6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으로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고려아연은 반도체 황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관리해 영국 카본 트러스트로부터 탄소발자국 인증을 획득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요구하는 ESG 기준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확장 전략도 본격화된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며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 나섰다.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현지 공급망 내 핵심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다.
해당 제련소에는 연간 약 10만톤 규모의 반도체 황산 생산 라인이 구축될 예정이며,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소재 수요를 직접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확대와 반도체 생산 증가 흐름 속에서 전자급 황산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친환경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반도체 황산은 수율과 직결되는 핵심 소재라며 축적된 초고순도 황산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남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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