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정보 당국자들 “공개 동원령 아닌 조용히 소집 준비중…반발·도피 차단”
8월 크렘린궁 앞의 러시아군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원(국가두마) 총선 직후 대규모 공개 징집 대신 은밀하게 병력을 충원하는 이른바 ‘스텔스 동원령’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정보 당국 관계자는 “결정만 내려지면 즉각 실행할 수 있도록 실무적·행정적 준비가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최대 30만명을 새로 동원할 것이라는 첩보를 제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허튼소리’라고 일축해 왔으며 서방 당국자들 역시 30만명을 일거에 무장시킬 물자가 부족해 2022년 9월과 같은 대규모 공개 동원령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대신 러시아 당국은 사회적 저항을 최소화하는 은밀한 징집 방식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형사재판 대기자, 채무 연체자, 대학 제적·부적응자 등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강제 계약 입대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크렘린궁과 병무청 내부 인사들이 해외 계좌를 개설해 자산을 빼돌리고 친인척의 출국을 권유하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 유럽 안보 당국자는 블룸버그에 “2022년 동원령 당시 대규모 엑소더스와 민심 이반을 겪은 크렘린궁이 이번에는 디지털 징집 통지 인프라를 완비하고 국외 탈출로를 차단한 뒤 연말까지 30만 명을 조용히 소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일까지 사흘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총선을 치르며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무난한 과반 확보가 점쳐진다. 러시아는 전선에 투입된 7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40만 명가량을 새로 보충해야 하지만 고액 보너스 지급에도 불구하고 전쟁 장기화로 자원병 고갈 사태를 겪어왔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병력 확충 움직임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선을 겨냥한 도발로 이어질까 긴장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7일 의회에서 “러시아가 나토 동맹의 대응 태세를 시험하기 위해 지원국들을 겨냥해 ‘우발적 사고’를 가장한 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8일 정치권 회동 직후 “유럽이 러시아발 복합 위협(하이브리드 위협)에 직면했다”며 드론과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국가 핵심 기반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특별 대책 추진을 지시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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