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불장에 조기증여 열풍
자산 규모 1년 만에 57% 급증
1인당 보유액도 1천만원 육박
세금부담 줄이려는 수요 몰려
자녀계좌 개설 창구 문전성시
삼성전자 등 우량주 선호 강해
지수 ETF로 장기·분산투자도
#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입학 선물로 500만원을 증여하면서 삼성전자 주식 90주를 사줬다. 아이가 입학한 3월 무렵 삼성전자 주식은 5만5000원 언저리에서 거래됐다. A씨는 "장기 투자 목적으로 아이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용도다 보니 가장 믿을 만한 삼성전자 주식을 사줬다"며 "500만원어치를 사줬을 뿐인데 벌써 평가금액이 1600만원을 넘어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 서울 잠실에 사는 B씨(56)는 작년 8월 13세 아들과 증권사를 방문해 자녀 명의로 연금저축 계좌를 개설했다. B씨는 "주변에서 주식 계좌로 증여하는 사례가 많아 더 늦기 전에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소식에 SK하이닉스에 2000만원을 투자했는데, 벌써 가치가 3배 가까이 올라 6000만원이 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주식을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 보유할 생각이다.
낮은 예금 금리와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등의 혜택을 감안해 자녀에게 '국내 주식'을 선물한 가족들이 최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활황 덕분에 국내 미성년자 보유 주식 규모가 7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성년자 주주의 평균 주식 보유 금액은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성년 주주(만 20세 미만)의 주식 보유 금액은 총 7조3077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탁결제원이 집계한 주식 보유 금액은 주가를 감안해 '평가금액' 기준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자산 규모의 가파른 증가세다. 2024년 4조6480억원이었던 보유액은 1년 만에 57% 폭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유자 수가 77만3414명에서 76만9624명으로 소폭 줄어든 것과 어긋나는 숫자다.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를 선택한 미성년자 주주들이 지난해 국내 증시 급등 수혜를 받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미성년 주주 1인당 평균 보유액은 지난해 95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601만원) 대비 58%나 급증했다.
미성년 주주 수가 줄어든 것은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성년 주주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주주 중 미성년 주주는 지난해 말 34만3694명에 달했다. 이는 2024년 기록한 39만4886명 대비 13% 줄어든 것이다. 차익 실현 여파로 삼성전자 전체 소액주주도 2024년 말 516만명에서 지난해 말 419만명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성년 주주들의 차익 실현 매매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미성년자 자녀 계좌에서 잦은 매매를 할 경우 '차명계좌'로 간주돼 추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같은 기간 두산밥캣(534명→916명), 코스맥스(418명→756명), 고려아연(227명→404명) 등 주요 업종별 대표 종목에서는 미성년 투자자 유입이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들어 미성년자 주주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늘어난 '증여 절세' 트렌드와 국내 주식에 대한 재평가 덕분이다. 박찬규 미래에셋증권 대치WM팀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오후 1시 30분이면 번호표가 마감될 정도로 자녀의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지점을 찾는 고객이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전용 상품으로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20세 이하만 가입 가능한 'KCGI주니어펀드'의 올해 3월 순자산은 1601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29억원(25%) 증가했다.
최은석 의원은 "주식시장 활성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며 어린 시절에 시작하는 건전한 자산 형성은 국가적으로 장려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변칙 증여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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