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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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치·사회 분야의 민감한 현안에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원론적 답변에 그쳐 아쉬웠다. 투기공화국 탈피를 국정의 중심 과제로 재강조하고 신속한 공급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지만, 전월세 문제는 “세부 대책을 시행 중”이라는 답변에 머물렀고, 가장 민감한 비거주 1주택 등 세제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
수도권 주택시장은 잇단 대책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8·3 세제개편안으로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인 뒤 강남권은 진정되는 기류지만, 강북권과 경기 일부 지역의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풍선 효과'는 과거 급등기를 연상시킨다. 부동산정책은 공급·금융·세제에 선거 영향과 조바심·탐욕이라는 심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방정식이다. 매매 관련 대책을 내놨는데 전월세 가격이 튀어 올라 정작 주거정책의 최우선 대상이어야 할 서민들이 아우성친다. 이럴 때는 유튜브나 인공지능(AI)이 아니라 이론과 실무에서 내공이 쌓인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자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모두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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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의 처방은 “파격적인 공급 대책으로 심리를 잡으라”는 것이다. 주택은 자산이자 소비재여서 심리가 시장을 좌우한다. 3~5년 뒤면 내 집 마련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 공급이 늘어난다고 믿게 되면 사람들은 매수를 늦춘다. 그는 노태우 정부의 200만호 건설을 전례로 들며 서울에 ‘공급 폭탄'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절박하다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라도 발동해 서울시의 인허가권을 정부가 가져오고, 용산정비창 주택 숫자를 놓고 서울시와 다툴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삽을 뜨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진심이냐고 되묻자 “그만큼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선 뒤, 현실적 대안으로 100조원을 공공임대 확충에 투입하는 특단의 조처를 촉구했다. 앞으로 4~5년 반도체 특수로 약 500조원의 추가 세수가 예상되는 만큼 검토할 만하다는 것이다.
수사는 과격했지만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용산공원 논란 때 오세훈 서울시장이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대안으로 내놓았는데, 좀 황당했다. 국토교통부가 부지를 찾지 못해 용산공원까지 검토하기 전에 서울시가 먼저 그런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한 몸으로 뛰어도 모자랄 판에, 서울시장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으니 문제가 더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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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에스케이(SK)증권 상무는 수도권 공급이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금융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급히 늘리려는 비아파트 공급도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이 자금을 대왔는데, 상당수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책임준공을 맡는 신탁사도 부실화됐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수요 억제책이 불가피하지만, 30대 실수요층이 ‘가족 찬스'와 ‘직장 찬스'로 우회하니 대출 규제도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남는 것은 세금이다. 그는 8·3 세제개편안이 초고가 주택 소유자의 부담만 늘리고 10억~30억원대 주택을 사는 실수요층은 오히려 세금을 깎아준 것을 최대 맹점으로 꼽았다. 그의 처방은 피에프·서민금융기관·신탁사 구조조정, 가족 간 자금 이전 관리, 양도세·보유세와 상속세·증여세의 동시 조정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진단은 더 근본적이다. 복잡한 사안을 지나치게 선명한 신념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1년여간 다주택자부터 등록임대사업자, 고가 주택 소유자, 비거주 1주택자까지 규제로 매물을 압박했지만 전월세 불안만 초래했고, 고가 주택을 잡으면 나머지도 잡힐 것이라 기대했으나 상황은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확충만으로는 부족하며 결국 민간이 자생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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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의 말이 모두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불완전한 현실 진단과 적확하지 못한 처방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은 경청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온갖 변수가 서로 얽혀 시장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내몬다. 공급·세제·금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청와대 ‘부동산 차르’로 임명해 정책을 체계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자산 불평등과 주거 불안이 극심한 지금, 주거 문제 해결이 최선의 복지정책일 수 있다. 주택 건설과 주거복지에 성장 쪽 ‘3대 메가프로젝트’ 같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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