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가 개인 일상과 기업 현장을 점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는지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AI를 향한 기업과 정부 행보는 계속 공격모드다. 회사 이름을 AI나 AX(AI 전환)가 들어가는 것으로 바꾼 회사들도 쏟아지고 있다. 유력 회사들이 'AI 퍼스트'를 넘어 'AI 네이티브'를 선언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최신 AI 트렌드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AX 이슈를 정리했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사람 개입 없이 특정 작업을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는 이미 테크판에서 대형 변수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AI 판세와 트렌드 변화를 이끄는 키워드로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주요 테크 기업들 행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AI 에이전트 열풍의 진원지는역시 코딩이었다. 코딩은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부터 생성형 AI판 킬러앱이었고 AI 에이전트와도 가장 높은 궁합을 보이며 AI 에이전트 혁신을 직접 보여주는 무대로 부상했다.
업체들 간 경쟁도 뜨겁다. 앤트로픽 코딩 AI 툴 '클로드 코드'가 에이전트 기능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여기에 자극 받은 경쟁사들이 거액을 투입해 맞불을 놓으면서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코딩을 하는 '에이전틱 코딩' 열기는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클로드 코드는 1년도 안돼 연간 환산 매출 10억달러 코스에 진입하는 등 개발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코드로 3월 기준 연간 반복 매출 25억달러, 기업 고객 30만곳 이상을 갖추며 AI판에서 오픈AI, 구글 밑에 있는 넘버3가 아니라 에이전틱 AI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미지도 확보했다.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드로 개발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오픈AI와 커서 등 경쟁사들도 에이전트를 전진배치했다. 오픈AI는 코딩AI 코덱스(Codex)에 AI 에이전트 역량을 대폭 강화한데 이어 가격 정책도 앤트로픽 대비 저렴하게 책정하고 나섰고 코드 에디터 기반으로 성장해온 커서도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에이전트 기능을 대거 추가했다.
에이전틱 AI를 코딩을 넘어 다른 업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다양한 회사들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이커머스 분야까지 AI 에이전트를 실전에 투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활발하다.
앤트로픽은 비개발자를 위한 AI 에이전트 툴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산성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에 AI에이전트 기능인 코파일럿 코워크(Copilot Cowork)를 선보였다. 코파일럿 코워크의 경우 사람 상시 감독이 필요했던 장시간·다단계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말하면 에이전트가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작업을 연쇄적으로 수행한다.
세일즈포스 등 다른 유력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AI에이전트 중심으로 제품군을 빠르게 개편하고 나섰고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UI에도 큰 변화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판 재편 급물살
AI 에이전트를 둘러싼 담론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경험을 바꾸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기존 업계 질서 자체를 해체하고 산업을 재편할 것이란 관측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AI에이전트가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자체를 대신할 것이란 시나리오,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SaaS의 종말) 서사도 테크판에서 나름 중량감을 확보했다.
소프트웨어를 사거나 구독하는 대신 AI를 활용해 직접 만들어 쓰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입지가 약화된다는 것이 사스포칼립스의 골자. 현실화되기 힘든, '오버백션'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적어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스포칼립스는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다. AI에이전트 열풍에도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 주가는 올해들어 하락세다.
사스포칼립스 자체는 오버액션이라고 해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상대적인 저평가가 근거가 없다 보기도 어렵다. 기업들이 다른 옵션도 갖게 되면서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매출을 늘리기가 예전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현실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최근 주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
AI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에 이미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AI에 맞게 가격 책정 방식을 바꾸는 회사들이 늘면서 사용자수를 넘어 사용량, 나아가 성과에 초점을 맞춘 요금제가 확산되고 있다.
AI가 기존 테크 제품을 대체하거나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서사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앤트로픽이 개발 중인 신형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가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는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 보안 업체들 주가가 하락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클로드 코워크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사진: 나노바나나]
◆수익성은 여전히 글쎄...코딩 넘어선 혁신 확산도 주목
AI 관련 기업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민 이익 측면에선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AI를 개발하거나 돌리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큰 돈을 벌고 있지만 AI를 파는 회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AI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올해를 목표로 역대급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내부 구조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새로운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비용이 치솟고 있다는 점도 아킬레스 건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2028년 AI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에 1210억달러를 쓸 것으로 보고 있다. 2027년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해도 2028년 현금 흐름에서 850억달러를 소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돈이 여전히 훨씬 많은 구조다.
앤트로픽은 오픈AI 만큼 돈을 많이 쓸거 같지는 않지만 증가하는 컴퓨팅 비용이라는 서사에선 오픈AI와 비슷한 처지다. 두 회사는 그 어느때보다 빠른 주기로 AI 모델 새 버전을 내놓고 있고 이같은 레이스는 둔화될 기미가 없다.
코딩을 넘어 AI의 생산성을 체감할 수 있는 분야가 확산될지도 아직은 '글쎄'다. 테크 기업들은 코딩에서 먹혀든 에이전틱 AI 성공 방정식을 코딩 밖에서도 적용하려고 하고 있지만 코딩급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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