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 외면, 금융권 이자이익과 성과급 잔치의 두 얼굴②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이 최근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직원에게 최대 2500%에 달하는 성과급이 거론되며 ‘보너스 잔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잇따라 드러난 상황이고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D등급'을 부여한 상태에서 이번 성과급 지급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한투는 지난해 업계 순이익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가능해졌다. 한투는 본사 관리직의 전사 경영 성과급을 기본급 대비 약 2000%에서 많게는 2500% 수준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까지는 약 1800% 수준으로 지급됐으나, 지난해 영업수익과 순이익이 각각 3조 원과 2조 원을 넘어 증권 업계 최초 기록을 세운 만큼 올해는 이를 웃도는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 된 것이다.
또 한투는 성과급 일부를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할 수 있도록 신청받고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50% 이상을 연금 계좌로 적립할 수 있으며, 올해부터는 영업직군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되는 만큼 연금 적립 규모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 평균 연봉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비교 가능한 211개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투자증권은 1억8174만 원으로 SK하이닉스를 제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SK하이닉스(1억8076만 원), NH투자증권(1억7851만 원), KB금융(1억7398만 원), 삼성증권(1억6452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 영업수익과 순이익 각각 3조 원과 2조 원 넘어
그러나 동시에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투는 강남지점에서는 직원이 고객 자금을 수억 원 규모로 횡령해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사건 후 잠적했다가 숨진 채 발견되며 사회적 충격을 더 했다.
또 다른 지점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일부 퇴직연금 계좌의 보유 수량과 평가손익, 수익률 등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부분이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내부 감사 부서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등급을 최하위 수준으로 낮추고 기관경고를 내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투가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사회적 책임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증시 호황의 과실을 나누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내부 리스크 관리와 지배구조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향후 더 큰 신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성과급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과 연계돼야 하는데, 단기적 수수료 수익에 기반한 보상은 지속가능성과 거리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특히 ESG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상황에서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투자자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금융당국은 ‘책무 구조도’를 통해 CEO와 임원별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내부통제 실패 시 경영진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했다.
- 고객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 노력
한편, 지난해 11월 한투는 사장 직속 ‘소비자 보호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이는 고객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라는 과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로, 상품 설계·판매·사후관리 전 단계에 걸친 시스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TF는 개인 고객 그룹장, 소비자 보호 담당 임원(CCO), 프라이빗뱅커 전략본부장 등 주요 고객 대응 부서의 핵심 인력으로 구성됐다. 전사적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상품 개발부터 영업 현장까지 리스크를 점검하고, 고객 의견을 신속히 반영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회사 측은 TF 출범을 계기로 금융정책 및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상품 설계·심사·판매 절차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당 행위 근절을 위한 내부 감시 체계를 전면 개선해 고객이 안심하고 상품을 선택·가입할 수 있는 신뢰 기반 금융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성환 한투 사장은 당시 “상품 품질과 고객 신뢰를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겠다”라며 “기획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혁신해 ‘한국투자증권이라면 믿고 투자할 수 있다’라는 신뢰를 공고히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성과급 확대와 소비자 보호 TF 신설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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