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쉼프 안두릴 공동창업자 겸 CEO가 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제공:연합뉴스]
폴란드의 평원부터 루마니아의 산악지대, 이제는 세계 최강 미국 본토의 항구까지. 'K-방산'의 기세가 거침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가성비 좋은 '대안' 정도로 여겨졌던 한국 무기체계가 이제는 전 세계 군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1순위'로 격상됐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가성비 최강자’가 된 배경에는 70년간의 대치 상황이 만든 독특한 산업 구조와 압도적인 제조업 역량이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업계에 따르면, 러우전쟁 이후 전 세계 방산 시장의 최대 화두는 '속도'가 됐다. 무기가 당장 필요한 국가들에게 수년 뒤의 인도는 의미가 없다.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이 라인 가동에 수년을 허비할 때, 한국은 계약 체결 직후 초도 물량을 배에 실었다. 상시 가동되는 대규모 생산 라인과 숙련된 노동력, 그리고 '빨리빨리' 문화가 결합해 만든 ‘압도적 납기 능력’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가 됐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형 대규모 기갑·포병 전력을 상시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산악 지형, 혹한과 혹서 등 가혹한 환경에서 매일같이 굴려온 무기들은 이미 검증을 마쳤다. 폴란드 현지 훈련에서 K2 전차가 서방제 무기보다 뛰어난 가동률을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는 낮추고 품질은 상향 평준화시킨 결과다.
미국 방산 AI 기업의 안두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한국 방산업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미래지향적인 산업 중 하나"라며 "처음 대화를 시작한 뒤 1년 안에 시제기를 선보이는 것은 방산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현지 생산에 보수적이지만, 한국은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던진다.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무기를 만들고 싶다"는 수입국의 안보 갈망을 정확히 파고든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해당 국가와 수십 년간 이어질 '안보 동맹'을 맺는 효과를 낸다.
더욱이 한국 무기체계는 미국의 기술적 뿌리에서 시작해 발전했기 때문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시스템과 완벽하게 호환된다. 유럽 국가들이 기존 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정하지 않고도, K-무기를 즉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다.
한편, 최근 K-방산의 시선은 무기 판매를 넘어 MRO(유지·보수·정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미 해군 군함 정비 사업(MSRA)을 수주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무기를 판 뒤에도 수십 년간 수익을 창출하는 '구독형 모델'로의 진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자동차 제조업 역량이 방산과 결합하며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와 IT 강국인 한국의 장점 역시 무기 체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AI 기반 사격 통제 장치, 무인 복합 전투 체계(MUM-T),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지휘 통제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제 K-방산은 ‘저렴한 기계’가 아닌 ‘스마트한 솔루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K-방산은 이제 2026년 현재 방산 수출 세계 4대 강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가성비'라는 꼬리표를 떼고 ‘K-표준’을 정립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확인된 우주 자산과 무인기, AI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고도화하느냐가 다음 10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전 세계 안보 네트워크의 핵심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저력은 이제 전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우주를 지키는 가장 신뢰받는 이름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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