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챗봇 (PG). 사진= 연합뉴스.
중국 의료계에서 병원 내부에 잠들어 있던 진료 데이터들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인공지능(AI) 기술 수요가 맞물리면서 그간 폐쇄적이었던 의료 데이터의 상업적 거래가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최근 산둥성 산둥제1의과대학 제1부속병원의 '간 질환 임상 계보와 이식 상태' 데이터세트가 의료 업체인 산둥산커즈신에 3만 위안(약 650만 원)에 판매됐다. 이는 산둥성 내 첫 의료 데이터 거래 사례로, 데이터세트에는 비식별 처리된 1000여 건의 임상 사례가 포함됐다. 구매 업체는 이를 간 질환 보조 진단 모델 훈련에 활용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의료 데이터를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독려에 나섰다. 지난 2024년 중국 국가데이터국 등 17개 부처는 의료·건강 등 12개 분야에서 데이터 요소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베이징, 푸젠, 선전 등지에서 공립병원의 데이터가 데이터 거래소에 상장되어 매매되는 등 거래 규모와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푸젠성 민칭현 종합병원의 신경내과·심장내과·노인과 데이터가 베이징 국제빅데이터교역소에서 45만 위안(약 9,700만 원)에 거래된 사례는 의료 데이터의 시장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장성 원저우시 또한 연내 45건 이상의 의료 데이터 제품 출시와 10건 이상의 거래 완수를 목표로 내걸며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거래 활성화의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의료 AI 시장이 있다. 의료 AI 기업, 제약·의료기기 개발 업체, 연구기관 등이 AI 영상 진단 보조 모델이나 신약 개발을 위해 양질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품질'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 대다수가 곧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더러운 데이터(dirty data)'라고 설명한다. 차이신에 인터뷰한 한 관계자는 "데이터 세척 및 라벨링 과정을 거쳐야만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에 쓰일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가 된다"며 이를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투자가 데이터 거래 시장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의료 데이터 시장은 정부의 '고품질 데이터 대가 지불'이라는 시장 합의 기조 아래, 병원과 기업이 상생하는 새로운 데이터 자산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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