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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주·종업원 이익 장기적으론 상충하지 않아…지속 가능한 주주 자본...

다만 딥테크나 바이오 등 장기적인 설비·인적 자본 투자가 필요한 기업의 경우 단기간에 주가를 띄워 승부를 보려는 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지면, 성장을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 한화솔루션...

“주주·종업원 이익 장기적으론 상충하지 않아…지속 가능한 주주 자본...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 퇴계로 사무실에서 ‘상법 개정 이후, 한국 주주 자본주의’ 등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주식시장에서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베팅한 투자자,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를 하나의 주주 집단으로 보긴 어렵다. 배당을 더 하자는 단기 투자자와 설비투자를 더 하자는 장기 투자자의 상반된 요구가 동시에 나올 수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지난달 2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주주의 이익과 종업원의 이익이 상충하지만, 10년으로 확장하면 종업원 임금을 올리는 것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주주에게도 이익”이라며 “단기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주주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지낸 류 대표는 국내 최초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의결권 자문 기관인 서스틴베스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상장 기업을 사적 회사처럼 다루던 지배주주의 문제가 해소되려면 ‘이사 충실 의무’를 규정한 상법 개정 후 판례가 오래 쌓여야 한다고 봤다. 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의 주주 자본주의는 무엇이 문제였나.

“서구의 주주 자본주의 문제가 단기주의에서 비롯됐다면 한국은 지배주주가 문제였다. 그동안 지배주주는 상장 기업을 사적 회사처럼 다루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터널링(기업 거래에서 자금 유출 통로를 만들어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을 해왔다. 이사회도 지배주주에 포획돼 거수기 역할을 했다. 투자자에게 일종의 담보 역할을 해야 할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된 것이다.”

- 지배주주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어느 정도 교정됐다고 평가하나.

“오래된 고질병이라 상법을 개정했다고 해서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바뀐 ‘이사 충실 의무’ 조항과 관련한 판례가 축적되면서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상법 개정뿐 아니라 연성 규범인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감시)도 중요한 축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실효적으로 이행하는지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이 교정되는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졌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나.

“기업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국민주’다 보니 투자자 수가 굉장히 많다. 이들이 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이면서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소액주주가 연대하고 행동주의 투자자가 결합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의 사정을 예민하게 보는 주주들이 늘어나면서 횡령이나 배임 등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기업이 유휴자금을 적정 수준으로 보유하게끔 자원 배분을 유도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딥테크나 바이오 등 장기적인 설비·인적 자본 투자가 필요한 기업의 경우 단기간에 주가를 띄워 승부를 보려는 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지면, 성장을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 한화솔루션 유상증자나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에서 주주들이 내는 목소리는 어떻게 보나.

“한화솔루션의 경우 누적된 신뢰의 훼손이고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상장 기업은 남의 돈으로 장사를 한다. 이익이 생겼을 때 어느 정도 나눠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상장 뒤 오너들이 다 자기 돈인 것처럼 경영하고 자원을 배치했다. 투자자들의 문제의식이 매우 큰 시기에 회사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 다만 증자한 돈으로 성장 투자만 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채를 갚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 못지않게 종업원에게도 어느 정도 성과를 배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주주 가치’로 통칭하지만 주주의 스펙트럼이 넓고 이들의 이해관계도 서로 다른 것 같다.

“주주 중에는 하루, 3~5개월, 1년을 투자하거나 국민연금처럼 10년, 20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투자자도 있다. 가령 ‘데이 트레이더’(하루에도 주식을 여러 차례 사고 파는 초단타 투자자)는 주가가 올라가는 수익성 외 다른 것을 볼 이유가 없다. 반면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준칙에 따라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독립성, 유동성,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주주의 스펙트럼이 넓고 이해관계가 달라서 하나의 묶음으로 볼 수 없다. 앞으로 이사가 어느 주주의 이익에 맞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본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 퇴계로 사무실에서 ‘상법 개정 이후, 한국 주주 자본주의’ 등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지속 가능한 주주 자본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영국에서는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도 같이 고려하는 ‘계몽된 주주 자본주의’라는 말을 쓴다. 2006년 개정된 영국의 상법은 이사가 기업의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의무로써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까지 고려해 주주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주주 이익과 이해관계자 이익은 상충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종업원의 임금이나 복지를 늘리면 주주의 몫이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간을 10년으로 확장하면 복지 증진이 종업원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주주들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 나아가 지금의 의사 결정이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자는 것이 지속 가능한 주주 자본주의의 방향성이다.”

- 변화를 이끌 주체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는 오너도, 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원청·협력업체 종사자도 있다. 이들 모두 주주인 동시에 소비자이자 지역사회 구성원이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국민연금은 단순히 ‘주주 이익’ 관점에서만 투자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준칙에 명시된 대로 ‘유니버설 오너십’(한 나라 전체 업종의 주식을 보유한 거대 기관투자가의 책임)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자산운용업계 ‘슈퍼 갑’인 국민연금이 바뀌면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안 바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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