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한 금융기관 앞에 예금 및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물가와 집값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가계의 대출금리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특히 경기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5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5조 9064억 원에 달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만 해도 110조 468억 원 규모다.
한은은 3월 말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주담대에서 1조 8000억 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29만 6000원 늘어나는 꼴이다. 신용대출 같은 기타대출의 이자 부담은 1조 5000억 원 불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가계의 추가 부담만 3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과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시장금리가 이미 높은 상태라는 점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848%로 지난해 말(2.953%)과 비교하면 0.90%포인트 이상 올랐다. 5년 만기 국고채도 같은 기간 0.859%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 역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이날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0.15%포인트 올렸고 우리은행도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을 5%대 중반에서 5%대 후반으로 인상했다. 올해 5월 기준 신규 가계대출의 75.4%가 변동금리 대출인 만큼 차주 대부분이 금리 인상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5대 은행의 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4.77~7.49% 수준이다. 지난해 말(3.93~6.23%) 대비 하단과 상단 금리가 각각 0.84%포인트, 1.26%포인트 높아졌다. 이대로라면 연내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신용대출도 줄줄이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용대출 금리(신용 1등급·금융채 6개월)도 4.19~5.78%로 전년 말(3.84~5.36%) 대비 하단이 0.35%포인트, 상단이 0.42%포인트씩 상승했다.
금융채 12개월의 경우 4.71~6.28%다. 향후 시장금리 움직임에 따라 은행권 신용대출도 6~7%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자영업자와 다중 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사 대출 잔액은 1095조 5000억 원이다. 연체액의 경우 22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 원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2.04%로 2%를 넘어섰다. 이는 10년 9개월 만의 최대다.
특히 2금융권을 거래하는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부실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79%로 저축은행 사태 여파가 지속되던 2015년 3월 말(14.0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중소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5월 말 중소기업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단순 평균은 0.73%로 합산 수치가 확인되는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금융사는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업종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건설(5.48%), 부동산(3.01%), 숙박음식(2.85%), 도소매(2.52%) 등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은 업종일수록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감독 당국의 긴장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 자금 조달 여건 악화와 취약차주 금리 부담 상승 등 금리 인상에 따라 발생 가능한 부문별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를 올릴 때마다 취약차주 부실 문제가 불거지는 만큼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만큼 취약차주에 대한 재정 정책이나 금융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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