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기계적으로 안 따라가”
[편집자주] 과거 1960~1970년대에도 <주간한국>은 ‘주간 이슈’라는 타이틀로 한 주간의 이슈를 독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2026년 창간 62주년을 맞은 주간한국은 올해도 매주 가장 뜨거운 이슈를 선정해 심층적으로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 주제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과 잭슨홀 행보로 정책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체제의 통화정책 방향입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정책 심포지엄에서 간담회하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가 취임 4개월여 만에 통화정책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에 선제 대응한 데 이어 곧바로 미국 잭슨홀로 향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원화 국제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과 한·미 금리차를 주요 변수로 고려하면서도 국내 성장과 물가, 금융 안정 여건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메시지다.
다만 취임 이후 강조해온 ‘양방향 소통’은 입길에 올랐다. 한은이 지난 3일 25년 넘게 공개해 온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를 별다른 사전 설명없이 보도자료에서 제외하면서다. 한은은 뒤늦게 순위의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두 달 연속 기준 금리 ‘인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7월 16일 2.50%에서 2.75%로 인상한 데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다. 한은의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신 총재가 지난 4월 21일 취임한 이후 주재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지금까지 세 차례다. 첫 회의인 지난 5월 28일에는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지만 장용성·유상대 위원이 2.75%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후 지난 7월 금리를 올렸고 8월에는 황건일 위원의 동결 소수의견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연속 인상의 배경에는 물가 오름세가 더 확산하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신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통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꺼냈다. 물가가 광범위하게 오른 뒤 대응하면 더 큰 폭으로, 더 오랫동안 금리를 올려야 해 성장 측면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저희는 호미로 이번에 정책을 펴기로 했다”며 “선제 대응이 성장에 미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전망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했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내년 전망치를 2.1%에서 2.9%로 상향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과 투자가 늘고 소득 증가가 소비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7%, 2.3%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예상했다. 수도권 주택 가격의 높은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 등 이른바 ‘금융 불균형’도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 환율 상승이 당분간 물가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도 일부 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2%로 제시했다. 한은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6개월 금리 전망 중간값은 3.25%였다. 신 총재는 앞으로 네 차례 금통위를 놓고 “중간치가 지금보다 한 번 더 올리는 정도”라며 “완만한 인상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한 만큼 정책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잭슨홀서 “美 기계적으로 안 따라가”
두 번째 연속 인상을 결정한 신 총재는 지난달 27일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데 이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5일부터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 참석한다. 잭슨홀에서는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관심을 모았다.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 목표인 2%가 확고한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없다면 연준에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신 총재는 이에 “상당한 시사”라고 평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움직임에 국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연동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계적으로 금리차만 맞춰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화 흐름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신 총재는 “환율도 어느 정도 잡고, 어떤 종류의 쇼크가 와도 상당히 잘 준비된 상황”이라며 “이제 원화는 어느 정도 면역력이 좀 생겼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다만 직후 국내서는 외환보유액 통계 공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한은은 지난 3일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 자료를 통해 2001년 2월 이후 매달 공개한 ‘주요국 외환보유액 순위표’를 제외했다. 25년 6개월만의 변경이었지만 보도자료에는 변경 사실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에 비판이 나오자 한은은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는 국가별 경제 규모와 대외 포지션의 이질성 등을 전혀 통제하지 않은 단순 비교 통계”라며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별도 설명 없이 뺀 공표 방식은 논란을 남겼다. 신 총재가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한 상황 탓이다. 신 총재는 불과 일주일 전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식은 양방향 소통”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음 금통위는 다음달 22일 열린다. 한은은 이미 발표된 지난달 물가에 더해 이달 물가와 오는 8일 발표될 올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등 국내 금융·경제 지표를 점검할 예정이다. 신 총재는“경제와 금융 상황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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