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미술인·겨레하나, 부산경찰청 앞 ‘반전예술행동’ 전개
실천승가회 상임대표 정산스님 등 종교계 동참해 평화 발원
AI 시대 비인간적 전쟁 규탄하며 희생된 이란 소녀들 애도
중동전쟁을 반대하는 부산미술인과 시민단체 겨레하나는 4월21일 낮12시 부산경찰청 앞에서 ‘좌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AI 전쟁시대, 어린 생명을 위한 애도와 반전의 예술행동’을 개최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일어난 다툼과 전쟁의 업장이 지혜와 자비의 빛으로 녹아 사라지게 하시고, 무기를 들었던 손은 평화의 꽃을 들게 하소서.”
AI(인공지능)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좌표’와 ‘표적’으로 치환하는 비정한 전쟁의 시대, 무고하게 희생된 어린 생명들을 애도하고 중동 지역의 평화를 염원하는 자비의 기도가 부산 도심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중동전쟁을 반대하는 부산미술인과 시민단체 겨레하나는 4월21일 낮12시 부산경찰청 앞에서 ‘좌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AI 전쟁시대, 어린 생명을 위한 애도와 반전의 예술행동’을 개최했다. 지역 예술인들과 시민들은 물론, 불교를 비롯한 이웃 종교 성직자들이 각 종교의 예복을 갖추고 참석해 생명 존중과 평화의 연대를 보여줬다.
이번 행사는 특정 국가나 정치적 이념을 넘어, 전쟁 속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간 이란 소녀들을 비롯한 어린 생명들을 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현대 전쟁이 인간의 판단을 떠나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자행되면서, 인간의 죽음을 확률로 계산하는 참혹한 현실을 예술의 언어로 고발했다.
행사는 바닥에 희생된 소녀들을 상징하는 흰색 형상의 영정을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검은 배경 위에 놓인 소녀들의 형상은 십자 형태의 구조로 배치되어 현대 전쟁의 ‘표적’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방영미 무용가의 애절한 진혼무에 이어, 종교인들의 평화 발원과 애도사가 진행되며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불교계를 대표해 참석한 실천승가회 상임대표 정산스님(아시아공동체학교 교장)은 가사를 수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문을 낭독했다.
정산스님은 “전쟁의 참혹한 인연 속에서 배움의 터전인 학교마저 무너지고, 아직 꽃피우지 못한 어린 학생들마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며 “두려움 속에 생을 마친 어린 영혼들의 고통이 속히 사라지게 하옵소서”라고 애도했다. 이어 스님은 “이 발원이 법계에 두루 퍼져 이란과 중동 땅에 평화가 깃들고, 온 세계가 화합과 자비의 길로 나아가게 하옵소서”라며 전쟁으로 상처 입은 모든 중생의 치유를 부처님 전에 간절히 기원했다.
이날 자리에는 방영식 목사, 성공회 박동신 주교 등 이웃 종교인들도 함께해 반전과 희생자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며 종교를 초월한 생명 존중의 뜻을 모았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손계정, 김지영, 박원형 씨 등의 시 낭송과 우창수 가수의 평화 노래 공연, 성백 작가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참석한 시민들은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마련된 공간에 직접 애도사를 적어 내려가며 평화의 의지를 다졌다.
행사의 마무리는 참석자 전원의 헌화로 장식됐다. 시민들과 종교인, 예술인들은 소녀들의 형상 위에 하얀 국화를 헌화하며 짧은 발언을 이어갔고, 다 함께 “좌표가 아니라 사람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일체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분단과 전쟁의 아픈 역사를 가진 한국 사회에서 열린 이번 부산 예술인들과 종교계의 연대는, 기술이 결코 인간의 생명을 재단할 수 없으며 ‘애도’야말로 야만의 시대를 극복하는 가장 깊은 차원의 자비 실천임을 보여주는 묵직한 울림으로 남았다.
실천승가회 상임대표 정산스님이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애도사를 쓰고 있는 모습.
전쟁 반대 피켓.
전쟁 속에서 희생된 어린 생명을 해도하는 헌화.
그림으로 그려진 이란소녀들 영정.
예술행동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경찰청 앞.
유지호 부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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