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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20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② 석유화학산업의 생존전...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화학소재, 태양광 패널용 핵심 소재,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소재 및 전해액 등 미래 성장 산업과 연계된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종류를 늘리는 차원을...

[제20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② 석유화학산업의 생존전...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석유화학산업이 거대한 존립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중국의 가파른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과잉,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파고(波高)가 덮치면서 ‘석유화학기업 잔혹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이젠 ‘버티면 살아남는다’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뼈를 깎는 인고(忍苦)의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가장 먼저 실행돼야 할 것은 △첫째, 과잉공급 설비의 과감한 정리와 기업 간 자율적 ‘빅딜’이다. 최근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추진 중인 대산단지 내 설비 통합 모델인 대산 1호 프로젝트와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이 추진하는 여수단지 내 설비 통폐합 및 신설 프로젝트 진행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울산까지 확산돼야 한다. 인접한 기업들이 자산을 합쳐 가동 효율을 높이고 유휴 설비를 과감히 폐쇄하는 방식의 ‘자율적 통폐합’이 필요하다.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은 공멸(共滅)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업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전체 산업의 생존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둘째,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수적인 만큼 고난도 기술 영역으로 자본과 인력을 집중하자.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화학소재, 태양광 패널용 핵심 소재,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소재 및 전해액 등 미래 성장 산업과 연계된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종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을 ‘첨단소재 솔루션 파트너’로 재정의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R&D 투자는 불황일수록 더 공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핵심 연구인력 확보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술 진입 장벽을 높이지 못하면 언제든 경쟁 신흥국에 추격당할 수밖에 없다.

△셋째, 친환경 탄소저감 기술로의 대전환이다. 이제 탄소중립은 단순한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경제적 실체가 되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 바이오 원료로의 전환, 그리고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도입은 당장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겨주지만, 미래 시장 점유율을 결정지을 핵심 승차권이다. 유럽연합 등 선진 시장이 환경규제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이 이 장벽을 넘지 못하면 수출길은 영영 막히고 말 것이다. 지속 가능한 화학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소명이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임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은 구조조정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들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제 혜택, 규제 완화, 금융지원은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규제 혁파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설비 폐쇄와 사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갈등과 노동력 재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도 머리를 맞대자.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공장 문을 닫는 ‘퇴각’이 아니라,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재편’이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낡은 허물을 벗고 미래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불가피한 성장통이다. 기업의 과감한 사업 구조 재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변화를 수용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석유화학산업은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지금이 바로 그 마지막 기회이자, 위대한 전환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참으로 경사스러운 ‘제20회 울산 화학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울산 석유화학산업이 ‘규모의 경제에서 가치의 경제’로의 대전환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최우진 SK지오센트릭 자문위원

저작권자 © 울산제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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