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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11대 서울시의회 돌아보기②] 문화관광체육위, K-콘텐츠 화려한 축제...

정작 서울의 독창적인 매력을 만드는 골목길 중소 관광 스타트업, 전통 한옥 체험업 등 풀뿌리 로컬 콘텐츠는 고사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다음 임기에는 풀뿌리 문화 관광의 자생적 씨앗을 키우는 보텀업(Bottom-up)...

[제11대 서울시의회 돌아보기②] 문화관광체육위, K-콘텐츠 화려한 축제...

메가 이벤트 편중된 전시 행정 앞엔 무기력…‘예산 2%’ 벼랑 끝

수치주의 늪 벗어나 로컬 생태계 복원·오버투어리즘 제어해야

‘아이돌 연습생’ 조례로 약자 품고 글로벌 공공외교 넓혔지만

제11대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 사진=손진석 기자

[비즈월드]

제11대 서울시의회의 4년 동안의 의정활동을 마치는 시기에 서울시의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기자로서 생생하게 느낀 바를 위원회별로 적어본다.

특히 4년의 의정활동을 전심전력(全心全力)으로 펼친 112명의 서울시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이제 맞이할 제12대 서울시의원들에게 가이드로 삼을 내용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문화는 보이지 않는 공기이자, 도시의 품격을 결정하는 척도다.

1000만 서울시민의 보편적 문화 향유권과 생활체육 진흥 그리고 글로벌 도시 브랜드 가치 창출을 견인하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의 지난 4년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격변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문화예술·관광 업계를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재건해야 했고, 세계를 휩쓰는 K-컬처의 훈풍을 서울의 실질적인 도시 경쟁력으로 치환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 격변의 중심에 섰던 제11대 서울시의회 문체위(전반기 위원장 이종환, 후반기 위원장 김경)는 약자 중심의 자치입법을 발굴하고, 수요자 중심의 생활문화 기틀을 마련하는 등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서울시 전체 예산 구조의 고질적 한계인 ‘예산 2%의 벽’을 넘지 못했고, 전시성 대형 이벤트 위주의 예산 편성에 강력한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뼈아픈 그늘도 안고 있다.

임기 마무리를 앞둔 11대 문체위의 ‘빛과 그림자’를 정밀 진단한다.

◆ ‘K-컬처’의 화려함 속 소외된 약자 보듬은 ‘현장형 자치입법’

제11대 문체위가 거둔 가장 독창적인 성과는 화려한 문화 산업의 그늘에 가려진 소외계층과 신진 예술인을 위한 제도적 보호 장치를 전국 최초 수준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서울특별시 청소년 대중문화예술 연습생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다.

대형 기획사에 비해 불공정 계약이나 가혹 행위, 우울증 등 정신적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 연습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문체위는 예방 교육과 심리 상담 지원의 법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이는 대중문화계 전반에 만연해 있던 인권 사각지대에 경종을 울린 자치입법의 쾌거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 조례 제정 이후 서울시 내 다수의 중소 기획사들이 소속 연습생들을 위한 자체 심리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타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한 문의가 잇달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 사회적 약자의 체육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빛났다.

‘장애인 생활체육 진흥 조례’와 ‘스포츠클럽 및 생활체육지도자 지원 조례’를 전면 개정해 소외층의 체육 인프라 접근성을 넓히는 동시에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지위를 보장했다.

과거 생활체육 지도자들은 시민들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서 책임지면서도 매년 고용 불안과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에 시달리는 ‘그늘 속의 노동자’들이었다.

문체위는 이들의 호봉제 단계적 도입과 장기근속수당 보장을 명문화함으로써 지도자의 사기 진작이 곧 시민을 향한 공공 체육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선순환 구조를 증명했다.

이는 공급자가 아닌 현장 수요자 중심의 보편적 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 실현에 앞장선 결과였다.

서울의 글로벌 브랜드 안착과 국제 스포츠 외교에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문체위는 독일 올림픽 체육연맹(DOSB)과 예술과 미디어센터(ZKM) 등 글로벌 선도 기관과의 상호 교류 협약(MOU) 체결을 주도적으로 조율했다.

특히 칼스루에의 ZKM과의 협력은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디지털 미디어 아트와 첨단 기술을 융합한 미래 서울시립미술관의 운영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독일 체육계 주요 인사들과의 긴밀한 면담을 통해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공공외교의 견고한 축을 담당하며 서울이 세계적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치를 충분한 소프트파워를 지녔음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 ‘예산 2%’의 높은 벽과 ‘전시성 메가 이벤트’ 편중 방치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입법 실적의 이면에는 시정의 구조적 예산 독점과 전시성 행정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는 깊은 그늘이 남아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서울시 전체 예산 약 45조원 규모 대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 비중이 여전히 2% 미만의 협소한 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다.

K-컬처의 폭발적 성장에 발맞추어 문화 예산을 최소한 전체 재정의 3%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으나, 문체위는 예산안 심사 때마다 증액을 다짐했으면서도 서울시 총 예산 배분의 큰 틀을 깨부수는 정책적 드라이브를 주도적으로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매년 반복되는 예산 심의는 기존 부서 안을 일부 깎고 쪼개는 수준의 미시적인 조정에 머물며 구조적인 재정 팽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오세훈 시정의 일회성 축제나 대규모 메가 이벤트(서울페스타 등) 예산 편성에 대해 사전 기획 단계에서 강력하게 메스를 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매섭다.

매년 수십억 원씩 소모되는 단발성 페스티벌과 불꽃쇼, 한강변 팝업 이벤트 등은 단기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지언정, 지역 단위의 자생적인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휘발성 예산’이다.

제11대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활동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문체위는 사후 행정사무감사에서 뒤늦게 이들 전시성 행사의 예산 낭비와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수준에 그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식의 상임위 한계를 반복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강남북 간 문화 격차 해소에서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서남권과 동북권 등 문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외 지역에 국공립 미술관, 대형 스포츠 시설 등을 신속히 안착시키기 위한 실질적 실행력을 담보해 내지 못했다.

실제로 강남·서초 일대에 편중된 대규모 복합 문화시설과 비교해 금천, 도봉 등 소외 자치구 주민들이 체감하는 문화 인프라의 낙후성은 한 걸음도 개선되지 못했다. 이러한 동네 간 문화 양극화 현상을 사실상 현상 유지시켰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보존과 전승 분야에서의 갈등 조정 실패도 실책으로 꼽힌다.

조선장·오죽장 등 전통 기술을 보유한 무형유산 장인들의 고령화와 후계 구조 공백이 지속됐음에도 이에 대한 심사 기준 완화나 전수 장학금 인상 등의 제도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발걸음이 지나치게 무거웠다.

그 결과 수많은 중요 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이 생계 곤란을 이기지 못해 전수 활동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또 종묘 주변 개발에 따른 역사 경관 훼손 등 보존과 개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국면에서도 시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타협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집행기관의 개발 제일주의 행정에 눈치만 보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수치 중심주의를 넘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로 가야

전문가들은 차기 제12대 시의회 문체위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외래 관광객 목표치인 3·3·7·7과 같은 양적 팽창 위주의 지표 만능주의 극복을 꼽는다.

외래객 유치 수치에만 매몰될 경우, 대형 여행사나 면세점 등 대형 기획사에만 수혜가 돌아가는 ‘탑다운(Top-down)’식 마케팅에 예산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작 서울의 독창적인 매력을 만드는 골목길 중소 관광 스타트업, 전통 한옥 체험업 등 풀뿌리 로컬 콘텐츠는 고사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다음 임기에는 풀뿌리 문화 관광의 자생적 씨앗을 키우는 보텀업(Bottom-up) 중심의 생태계 지원 제도를 촘촘히 정비해야 한다.

특히 북촌한옥마을 등 주거지 중심 관광지에서 극심해진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 갈등과 관련, 주민의 정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상생형 지속 가능한 관광 조례 개정이 차기 상임위의 가장 시급한 뇌관이 될 전망이다.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쓰레기 몸살과 소음, 사생활 침해를 겪는 주민들이 급기야 동네를 떠나는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임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단순 관광객 숫자를 집계해 실적으로 홍보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주민의 정주 복지와 지속 가능한 로컬 관광이 공존할 수 있는 정교한 규제와 지원 가이드라인 설계가 시급하다.

◆ 축제의 환호가 잦아든 뒤, 민생의 문화 영토를 보라

문화와 체육은 정파의 논리가 침투해서는 안 되는 가장 순수한 민생의 영역이다.

제11대 문체위의 의정 활동은 ‘빛 좋은 개살구’처럼 화려한 서울의 대표 축제들 뒤편에서 매일 숨 쉬는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 문화 영토가 얼마나 메말라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었다.

대형 무대 위의 환호에 취해 있는 동안, 정작 동네 골목길의 작은도서관들은 운영 예산 삭감으로 줄줄이 단축 운영에 돌입하거나 문을 닫았고, 예술인들은 여전히 최저 생계비에 허덕이며, 문화 소외 구역의 주민들은 단 하나의 공공 체육관을 찾아 버스를 갈아타야만 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외치는 시대에 정작 대다수 시민이 누리는 보편적 문화의 복지는 ‘여유 있는 이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의회가 집행부의 거대한 ‘전시성 예산’ 드라이브에 단호하게 견제구를 날리지 못하고 온정주의로 일관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1000만 서울시민의 보편적 누림 권리 박탈로 돌아온다.

새로 출범할 제12대 문체위는 보여주기식 메가 프로젝트의 유혹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탑스타뿐만 아니라 음지에서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사투하는 무형문화재 이수자들, 소외 지역 아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작은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서슬 퍼런 칼날 같은 예산 심사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짖지 않는 감시견은 집을 지킬 수 없으며,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의회는 시민의 외면을 받을 뿐이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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