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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인호의 통섭의 경영학] 그 커피 한 잔이 도대체 뭐라고, 감히

국내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3,000회 강연을 했으며, 스타트기업 사내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11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정인호의 통섭의 경영학] 그 커피 한 잔이 도대체 뭐라고, 감히

[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오월은 누구에게나 찬란한 계절이다. 햇살은 부드럽고, 거리엔 연둣빛이 번지며, 사람들은 계절의 생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광주에게 오월은 여전히 아프고 시린 시간이다. 누군가에겐 봄의 절정이지만, 누군가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의 계절이다.

광주 시민들에게 ‘탱크’는 단순한 군사 장비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거리 위를 짓밟고 지나가던 공포의 상징이고, 눈앞에서 쓰러져 간 가족과 이웃의 마지막 장면이며, 40년이 넘도록 한 사람의 밤을 흔드는 악몽의 단어다. 어떤 이들에게는 교과서 속 역사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은 여전히 현재형의 상처다.

23일 서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정용진 회장 사퇴 촉구 및 스타벅스 불매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런데 하필이면 5월 18일을 전후한 시기에 한 글로벌 기업이 ‘탱크 데이(Tank Day)’라는 이름의 마케팅 이벤트를 내놓았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영향력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스타벅스에서 말이다.

대중은 당혹감을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 단지 이벤트 이름 하나였다고 말하기엔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역사적 무게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후 대통령의 공개 질타가 이어졌고, 선불카드 환불 인증과 불매 움직임까지 확산되자 기업은 “의도는 없었다”,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말 몰랐다는 말로 끝낼 수 있는 일일까?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단순한 마케팅 용어일 뿐인데 과도하게 해석한다”고.

그러나 역사적 상처란 원래 그런 방식으로 남는다. 겪어본 사람에게 특정 단어는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특정 날짜는 달력 위 숫자가 아니다. 특히 국가 폭력의 기억은 더욱 그렇다. 그것은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감정, 그리고 세대의 기억 속에 남는다.

그래서 공동체에는 최소한의 사회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기업이 단지 물건만 파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땅에서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 앞에서 적어도 한 번쯤은 더 조심했어야 했다. 수많은 마케팅 문구를 검토하면서 왜 그 단어 하나의 역사적 의미는 걸러내지 못했는지 묻게 된다.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모든 것을 ‘콘텐츠’와 ‘이벤트’의 감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자극적인 이름, 눈길을 끄는 표현, 바이럴이 가능한 문구가 우선이 되면서 어떤 언어가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을 소환하는지에 대한 감각은 무뎌지고 있다.

한강 작가는 말한다. "죽음을 본 사람들은 그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고. 실제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공포와 절규, 거리의 공기를 기억한다. 총성과 비명, 군홧발 소리와 장갑차의 진동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몸에 각인된 감각으로 남는다.

그래서 기억은 존중의 대상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자유롭게 말하고, 자유롭게 비판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일상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 광주의 오월은 바로 그 희생의 이름이다.

기업은 때때로 숫자로 세상을 본다. 매출액, 영업이익, 시장 점유율, 광고 클릭 수 등. 그러나 사람은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동체에는 지켜야 할 감정의 선이 있고, 건드려서는 안 되는 기억의 영역이 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브랜드라도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무감각이다. 누군가의 고통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 역사적 비극조차 마케팅의 소재처럼 소비하는 사회는 결국 공동체의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공감 능력을 잃은 사회는 점점 타인의 아픔에 둔감해진다.

그 커피 한 잔이 도대체 뭐라고. 감히!

칼럼니스트 프로필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 협상전문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및 아방그로 대표로 있으며,《한국경제》,《이코노믹리뷰》,《인천일보》, 《한국강사신문》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3,000회 강연을 했으며, 스타트기업 사내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11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아방그로》를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이슈&인사이트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리더의 조건 : 그릭》, 《사르트르의 경영학 수업》, 《리더 포비아》,《DE&I 성공 전략》,《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하버드대학 세계 고전》,《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다시 쓰는 경영학》,《아티스트 인사이트》,《언택트 심리학》,《화가의 통찰법》,《호모 에고이스트》,《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가까운 날들의 사회학》,《다음은 없다》,《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협상의 심리학》,《HRD 컨설팅 인사이트》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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