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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혜은 시선] 성과급의 역설…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보상 한계선'

반면 삼성전자는 다른 장면에 서 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270조 원을 적용하면 40조5000억 원, 증권가 전망치(약 297조 원)를 적용하면 44조 원대다. 이는...

[전혜은 시선] 성과급의 역설…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보상 한계선'

[위클리오늘=전혜은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두 회사의 이름이 동시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쪽은 ‘역대급 성과급’ 전망, 다른 한쪽은 ‘성과급 40조 요구’로 노사 충돌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표면만 보면 모두 호황의 풍경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 산업이 마주한 보상 체계의 한계가 드러난다.

먼저 SK하이닉스. 글로벌 IB 맥쿼리가 내년 영업이익을 447조 원으로 전망하면서, 노사 합의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PS(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44조7000억 원이 성과급 재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12억9000만 원에 달하는 수치다. 지급 상한을 없앤 노사 합의 구조가 이런 ‘숫자’를 가능하게 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만으로도 내년 초 평균 5억8000만 원 수준의 PS가 거론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다른 장면에 서 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270조 원을 적용하면 40조5000억 원, 증권가 전망치(약 297조 원)를 적용하면 44조 원대다. 이는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37조7000억 원)을 웃도는 규모이자, 주주 배당액(11조1000억 원)의 약 4배에 해당한다. 합의가 불발될 경우 18일간 총파업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두 회사의 차이는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됐느냐’에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노사가 합의한 공식에 따라 숫자가 도출되는 구조다. 성과가 나면 자동으로 배분되는 시스템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성과급 비율 자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보상 체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요구가 단지 한 기업의 노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장기간 멈출 경우, 반도체 수출이 한국 전체 수출의 38%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그 파장은 산업 전반과 거시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

과거 한국개발연구원은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GDP가 0.78%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노조의 논리는 ‘인재 유출 방지’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TSMC,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과 인재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인력을 동일 비율로 묶어 영업이익의 일정 퍼센트를 배분하는 방식이 과연 인재 유출의 해법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직무·기여도·희소성에 따른 정교한 보상 설계 없이 ‘총액’만 키우는 방식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갉아먹고, 결국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극단적인 산업이다. 지금의 초호황을 전제로 설계된 보상 체계가 사이클 하강기에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성과급이 ‘성과의 보상’을 넘어 ‘고정 비용’처럼 인식되는 순간, 기업의 전략적 투자와 위기 대응 능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사례는 묻고 있다.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리고 그 나눔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선은 어디인가.

영업이익이 커질수록 보상 요구도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투자 축소, 경쟁력 약화,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과 대다수 국민에게 되돌아오는 비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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