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2주 휴전 국면에서 미국이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전쟁 과정에서 소진된 무기와 장비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장악한 갈륨·중희토류 공급망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은 5주 넘게 이어진 전쟁 동안 소모된 무기 현황을 점검하고 비축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비어 있는 무기고를 채우는 과정에서 중국산 핵심 광물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중동에 배치된 미군 레이더 시스템을 집중 공격하면서 여러 레이더 체계가 파괴됐거나 최소한 손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핵심 광물인 갈륨이 필요하다.
갈륨은 요격 시스템뿐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 제품에도 들어가는 전략 광물이다. 위협 탐지에 쓰이는 갈륨 외에도 테르븀과 디스프로슘 같은 중희토류는 미사일 표적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중희토류 가공 산업의 90% 이상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갈륨 가공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5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의 협상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말 부산에서 만나 합의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갈륨 가격이 최근 한 달 동안 32% 급등했다고 전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폴리티코에 "상대방이 원하는 게 있는 것처럼 보이면 다른 상대방은 협상력이 생긴다고 판단하게 된다"며 "그러면 중국은 요구 조건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광물 투자자 미하일 젤도비치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취약해졌느냐고 하면 답은 '그렇다'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자급형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무기고 재정비는 당장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휴전이 유지되지 않아 미국이 다시 대이란 군사작전을 재개할 경우 무기 소진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다만 시 주석이 이번 상황을 곧바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시 주석 역시 큰 틀에서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국 경제 연구기관 차이나베이지북의 수석 경제학자 데릭 시저스는 "중국이 굳이 지금의 상황을 흔들 이유가 없어 보인다. 미국이 동맹과 멀어지고 있고 이는 중국에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 작은 협상력을 얻자고 상황을 복잡하게 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재개 여부에 대해 민간 수요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 재실시 가능성을 묻는 말에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민간 영역의 합리적 수요·관심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에 부합하는 무역은 적극적으로 촉진하고 있다"며 "민간용도 등의 조건에 부합하는 수출 신청은 모두 법에 따라 비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일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한 것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지난해 10월 9일 발표했던 관련 수출 통제 조치는 올해 11월 10일까지 실시 유예된다"고 설명했다.
허 대변인은 또 미중 협상과 관련해 "미중 양측은 경제무역 협상 메커니즘을 통해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계속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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