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데이터센터 난항
데이터센터 수도권에 76% 집중
수요많아 도심 건설 필요하지만
주민들 반발로 사업무산 잇따라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쟁점으로
일자리 창출·세수에 도움 판단
지방지자체후보들은 유치 공약
지난달 24일 서울 금천구청 앞에서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독산동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터 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이승환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평일 아침부터 인근 주민 10여 명이 공사 반대 집회를 위해 모여들었다.
이들은 주민 동의 없이 추진된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면 취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주민 최 모씨(55)는 "바로 옆 주거단지에 수천 가구 이상이 거주하고 학교도 들어와 있는데 사전 공지도 없이 데이터센터를 짓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시행사에서 전자파 문제가 없고 소음도 별거 아니라는 식의 용역 보고서를 제시했지만 그걸 어떻게 믿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독산동에서만 동시에 3개 데이터센터 건설이 착공·추진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또 다른 주민은 "우리 동네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도 아직 많다"며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설이 독산동에 더 들어올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갈등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여당 소속 구청장이 재임하고 있는 금천구에서는 야당 소속 구의원·구청장 후보들이 연일 데이터센터 반대 집회 현장을 찾아 유세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금천구 당원협의회가 공사 현장 인근에 '주민 모르게 데이터센터 허가! 16년 몰표의 대가입니까?'라는 현수막을 내걸자 더불어민주당 금천구지역위원회는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 금천주민 편에서 해결하겠습니다'란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런 현상은 독산동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경기 고양시 덕이동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삭발 시위까지 하며 건축 허가 직권취소를 요구했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과 문래동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이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지연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과 경기 시흥시 광석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앞서 2021년 건축 허가를 받은 경기 김포시 구래동 데이터센터는 주민 민원으로 착공까지 예정보다 4년이 더 걸렸다.
실제 최근 데이터센터 인허가는 감소하는 추세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인허가 건수는 2023년 25건에서 이듬해 18건, 지난해 14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충청·경북·부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보를 내세우며 인센티브를 걸고 데이터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자체장 후보들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데이터센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는 김두겸 울산시장은 1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도 데이터센터 유치를 공략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온도 차가 나타나는 것은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공급된 데이터센터는 총 67곳으로 이 중 76.1%에 달하는 51곳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에지 데이터센터는 구조적으로 도심에 자리 잡는 것이 유리하다.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데이터 전송 지연을 줄일 수 있고, 보안 관리와 장애 발생 시 신속한 대응도 원활하다.
독산동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한 시행사 측 관계자는 "금천구 일대는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산업 집적지인 G밸리가 있어 데이터센터 수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지역"이라며 "용도지역 특성상 데이터센터 입지가 가능한 준공업 및 공업지역이라는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반 시설"이라며 "데이터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주민들과의 갈등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각지에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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