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의 창작을 뒷받침해야 할 국가 복지사업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자녀 돌봄시설은 서울에만 있고, 전세자금 대출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정책 접근성부터 달라진다면 국가 지원의 형평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 분권을 강조하면서 정작 예술인의 생활 기반을 지키는 제도가 서울 중심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김윤덕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술인 자녀 돌봄센터는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 두 곳뿐이다.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전국 예술인 20만9934명 가운데 서울 밖 거주자는 64%다. 전북 예술인도 6649명에 이른다. 그러나 서울의 시설을 이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지원 자격이 있어도 거주지 때문에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면 명목상의 전국 사업일 뿐이다. 전세자금 대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계약자 114명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86.8%였고, 전북은 단 1명에 그쳤다. 지역별 수요 차이를 살펴야겠지만 신청 절차부터 개선할 여지가 크다. 상세한 대면 상담을 받으려면 서울 재단 본부를 찾아야 하고, 전세 계약 후에도 서류를 들고 방문 접수해야 한다. 지역 예술인에게는 이동 시간과 비용까지 추가 문턱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도 선정 단체 60곳 중 수도권이 46곳으로 76.7%를 차지했다. 다만 전북은 신청한 6개 단체 중 3곳이 선정돼 선정률이 전체 평균의 두 배였다. 문제는 개별 성과와 별개로 지원 기회와 활동 기반이 특정 지역에 쏠리는 구조다. 심사의 공정성을 지키면서 지역별 신청 여건과 선정 분포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돌봄은 권역별 거점센터 확충과 지역 수요 파악을 병행해야 한다. 기존 지역 돌봄시설과 연계할 수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세대출은 온라인 서류 제출과 비대면 심사를 확대하고, 방문이 필요한 업무에는 찾아가는 상담을 도입해야 한다. 창작지원 역시 단체 소재지뿐 아니라 실제 공연 개최 지역까지 살펴 지원 효과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지역 예술인은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일상 속 문화 향유를 지탱하는 주체다. 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창작을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예술인 복지의 책무다. 관계 기관은 개선 일정과 실행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는 곳에 따라 복지의 거리가 달라지는 현실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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