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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라 Insight]전주한옥마을, 이제는 숫자보다 지역에 남는 가치를 키울 때

전주한옥마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연간 1,500만 명 안팎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런 수치는 전국 최고 수준의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전라 Insight]전주한옥마을, 이제는 숫자보다 지역에 남는 가치를 키울 때

류인평/ 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관광콘텐츠학회 회장

전주한옥마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연간 1,500만 명 안팎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런 수치는 전국 최고 수준의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도대체 관광객은 많은데 왜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행태를 보면 상당수가 경기전과 전동성당, 태조로 일대를 중심으로 짧게 둘러보고 식사 후 귀가하는 당일형 관광에 머물고 있다.

관광경제학에서는 이를 '관광 소비의 누수(leakage)' 현상이라고 부른다. 관광객은 많지만 소비가 특정 지역과 특정 업종에만 집중되면서 관광효과가 도시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옥마을 외곽의 원도심 상권이나 남부시장, 객리단길, 서학동 예술마을 등은 관광객 증가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전주관광의 과제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이동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은 단순한 관광시설이 아니라 관광 동선을 혁신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케이블카를 또 하나의 인공시설 정도로 바라보지만, 관광학적 관점에서 케이블카는 '이동 자체를 관광 콘텐츠화하는 수단'이다. 특히 한옥마을과 기린봉, 승암산, 아중호수 일대를 조망하고 이를 통해 전주천, 서학동 예술마을 등을 입체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현재 평면적으로 형성된 관광 동선을 입체적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광객이 한옥마을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변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면 소비 역시 분산되고 체류시간도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관광객 수 증가 없이도 관광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케이블카 하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설 건설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연결하고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이다.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전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경관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형 관광 콘텐츠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전주시와 지역사회가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리는 야간관광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한옥마을은 저녁 시간이 되면 관광활동이 급격히 감소한다. 야간경관, 미디어아트, 전통문화 공연, 야간 미식 콘텐츠 등을 확대하여 "하루 더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관광객 이동축을 다변화해야 한다. 한옥마을-남부시장-객리단길-서학동 예술마을-아중호수로 이어지는 순환형 관광 루트를 구축하고 교통과 안내체계를 통합해야 한다. 관광객이 걸어서 또는 대중교통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관광정책의 성과지표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제는 방문객 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체류일수, 관광소비액, 재방문율,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같은 질적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이 다녀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얼마나 소비했으며, 그 효과가 지역에 얼마나 남았는가이다. 관광정책의 목표 역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 주민과 상인이 관광 발전의 수혜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 증가가 임대료 상승이나 상권 편중으로 이어진다면 지속가능한 관광은 어렵다. 주민 참여형 관광사업과 로컬 브랜드 육성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관광 선진도시들은 이미 방문객 숫자 경쟁을 넘어 체류형 관광과 지역경제 순환에 집중하고 있다. 전주 역시 이제는 1,500만 명이라는 단순한 통계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이제 전주한옥마을은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지역 곳곳으로 이어지고, 그 소비가 지역경제와 주민의 삶에 스며들 때 비로소 관광은 도시의 성장 동력이 된다.

전주는 이제 '관광객이 많은 도시'를 넘어 '관광의 가치가 지역에 남는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관광객은 언젠가 떠나지만, 그들이 남긴 소비와 기억, 그리고 지역에 축적된 가치는 오래 남는다. 전주한옥마을의 다음 10년은 바로 그 '지역에 남는 가치'를 얼마나 키워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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