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정읍사공원은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나무 사이로 은은한 조명이 켜지고, 산책로 곳곳에 영상과 음악이 더해지면서 약 1.2㎞ 길의 공원 길은 ‘달빛길’로 변신한다. 정읍의 대표 설화이자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의 백제가요로 알려진 ‘정읍사’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성된 야간 실감 체험시설 ‘정읍사 달빛 사랑숲’이다. 편집자
정읍사 달빛 사랑숲은 단순히 조명을 설치한 야간 산책로가 아니다.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 빛·영상·음향·조형물·행동 반응형 콘텐츠를 결합한 체류형 야간관광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정읍사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고, 빛과 영상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직접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부터 연인, 친구와 함께 찾는 젊은 층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이 찾는 이유다.
실제 방문객 수 증가도 달빛 사랑숲의 인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입장객은 2만607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7월 말까지 1만7167명이 다녀가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179명보다 2988명, 21.1% 늘었다. 여름 휴가철과 가을 나들이철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방문객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달빛 사랑숲은 모두 8개 주제 구역과 16개 체험·관람 공간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비밀의 언덕’에서 출발해 테마게이트, 달빛라이트, 달빛환상, 달빛폭포, 빛의 터널, 달님놀이터, 달빛안녕 순으로 산책로를 걷는다. 구간마다 다른 빛과 영상, 소리, 체험 요소가 배치돼 있어 단순히 길을 걷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관람의 첫 장면인 비밀의 언덕에서는 벽면 영상 공연인 매핑쇼가 펼쳐진다. 영상 투사기를 활용해 공원 속 벽면과 주변 공간에 이야기를 입히는 방식이다. 어둠 속에서 시작되는 빛의 화면은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달빛 사랑숲의 시작을 알린다. 정읍사공원의 자연경관과 영상이 결합하면서 평소 익숙했던 산책로도 색다른 야간문화 공간으로 바뀐다.
테마게이트는 본격적인 달빛길의 입구다. 정읍 사랑문과 바닥 입체영상, 조명이 이어진 달마중 길이 관람객을 맞는다. 발걸음 아래로 펼쳐지는 영상과 주변 조명은 입장 순간부터 몰입감을 높인다. 정읍사와 사랑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방문객들은 저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기념사진을 남긴다.
달빛라이트와 달빛환상 구간에서는 나비조명과 그루터기 조명, 정읍사 관련 영상이 어우러진다. 나무와 산책로, 조형물에 비친 빛은 공원의 밤 풍경을 한층 부드럽고 신비롭게 만든다. 낮에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공간도 조명을 만나면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 정읍사의 이야기와 달빛, 자연의 풍경이 결합해 연인들의 데이트 공간은 물론 가족 단위 방문객의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달빛폭포는 계곡 주변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영상과 경관조명, 음향을 함께 연출한 구간이다. 물길과 나무, 바위 등 기존 지형을 활용해 인공시설의 느낌을 줄이고 자연 속에서 빛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밤공기와 함께 들려오는 음향, 계곡 주변을 비추는 조명은 도심 속 야간 산책과는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빛의 터널은 달빛 사랑숲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 가운데 하나다. 야광 그림인 그로우 페인팅과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관람객들이 걸음을 늦추게 한다. 특히 조명과 색채가 어우러진 공간은 사진 촬영에 적합해 가족사진과 연인 사진, 여행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다. 야간관광 시설의 경쟁력이 ‘볼거리’에만 머물지 않고, 기억과 기록으로 이어지는 데 있다는 점에서 빛의 터널은 중요한 공간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달님놀이터와 달님연못이 인기다. 이곳에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달라지는 반응형 영상 콘텐츠가 설치돼 있다. 아이들이 움직이면 화면 속 빛과 영상도 함께 변해 자연스럽게 놀이와 체험이 이뤄진다. 오즈 하우스와 흔들다리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긴 산책길을 걷는 어린이들에게는 놀이 공간이, 보호자에게는 휴식과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 된다.
관람의 마지막은 달빛안녕 구간이다. QR코드를 활용한 사랑달과 소원사진관, 별빛조명, 소원함이 설치된 소원의 벽이 관람객을 맞는다. 방문객들은 사진을 촬영하거나 소원을 적어 남기면서 달빛길 여행을 마무리한다.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공간에 직접 참여하는 방문객이 된다는 점에서 달빛안녕은 달빛 사랑숲 전체의 여운을 남기는 장소다.
달빛 사랑숲은 연중 무료로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은 휴장한다. 관람시간은 하절기 오후 7시30분부터 11시까지, 동절기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다. 계절에 따라 일몰 시간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운영시간을 조정하면서 야간 관람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시설 곳곳에는 레이저 영상 투사기와 경관조명, 배경음악 음향장치, 인체감지기, 라이다 감지기 등이 설치돼 있다. 특히 움직임에 반응하는 체험 콘텐츠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재미를 더한다. 안전관리를 위해 CCTV 21대도 운영 중이며, 시는 영상·음향 장비와 각종 시설물의 작동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정읍사 달빛 사랑숲은 정읍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야간관광 자원으로 확장한 사례다. 낮에 머물던 관광객의 발길을 밤까지 이어가고, 공원이라는 일상 공간에 새로운 체험과 이야기를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야간관광은 지역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인근 음식점과 숙박업, 지역 상권 이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달빛 사랑숲이 정읍의 밤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를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지속 가능한 야간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읍=정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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