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렬했던 햇빛은 어느새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하고 하늘은 어느새 붉은빛과 푸른빛이 교차한다. 파스텔톤의 색감은 이곳이 현실 공간이라는 자각을 잊어버리게 한다. 붉은빛은 자취를 감추고 어둠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오후 7시 고창읍성에 경관조명이 켜지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지역의 랜드마크 ‘고창읍성’은 전체 성곽 둘레 1684m를 포함, 관아건물 9동에 전체 596개의 경관조명을 설치해 성곽 내·외부를 비추는 방식으로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조명으로 색다른 조선의 건축미와 조형미를 맛볼 수 있다.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면 성벽은 마치 휘어진 용의 몸통처럼 보인다. 야간의 하늘빛은 온도, 습도 등 그날의 날씨에 따라 매일 매일 달라지니 용의 모습도 매일 달리 보인다.
읍성은 주민들에겐 더 없이 좋은 산책길이고 쉼터이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민들에게 내어준 성곽길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이곳을 걷노라면 이곳이 도시 한복판인 것을 잊게 된다. 조명을 받은 누각의 단청 색은 살아 움직이듯 선명해지고, 성곽의 곡선미는 한층 대담해진다. 성곽을 따라 거닐면 고창천에 비친 시내의 야경이 자못 인상적이다. 성을 경계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동시에 흐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모양성’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사적 145호)은 서해안을 통해 공격해 올 왜구들을 대비해 조선 단종 원년인 1453년에 당시 호남지역과 제주도까지 19개 고을의 백성들이 힘을 합쳐 쌓았다. 아직도 1684m 성곽길 주변에는 구간별 책임고을을 새긴 표지석이 남아 있기도 하다.
고창군은 매년 음력 9월9일(중양절) 추수가 마무리되면 읍성 광장에 모두함께 모여서 한해의 고생을 격려하고,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역사문화예술 축제인 모양성제를 열고 있다. 고창군은 올해 모양성제(10월15~19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초청해 역동적인 에어쇼를 선보인다. 블랙이글스는 고난도의 특수비행과 정교한 편대 비행으로 관람객들에게 압도적인 장관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고창읍성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블랙이글스 에어쇼는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고창모양성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옥마을 진입로에 설치한 청사초롱 등은 여행객·군민 등에게 길잡이 구실을 한다. 최근 고창읍성 한옥마을(고창읍 동리로 128)의 민간위탁을 마무리하고, 군 직영으로 전환해 본격 손님 맞이에 들어갔다. 공유, 비, 노홍철 등 유명연예인이 묵어간 한옥마을은 11객실 규모로 운영된다. 가족 단위 여행객은 물론 단체·체험 방문객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
고창읍성 앞 광장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더위를 날려버릴 듯 세차게 솟아오른다. 아이들은 온몸이 흠뻑 젖어 분수대 이곳저곳을 누빈다.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거나 물총 싸움을 벌이는 아이들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고창읍성 앞 바닥분수대는 주기적인 물 교체와 바닥 청소를 하고 염소 소독과 여과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창군 관문에 세워진 ‘세계유산도시 조형물’도 도시의 경관을 새롭게 한다. 정읍에서 고창으로 진입하는 흥덕제하교차로 사거리에 멋진 조형물이 세워졌다. 노동저수지 수상데크의 야경도 도시의 밤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수상데크는 길이 446m, 폭 2.5m로 노동저수지 위에 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산책로 중간에는 쉼터와 조망다리, 부유 분수대가 설치돼 노동저수지, 꽃정원의 절경과 함께 추억을 남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고창=신동일기자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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