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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라 Insight] 익산 미륵사지 1400년 전 백제 왕도, 빛으로 다시 깨어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익산 미륵사지가 다시 한번 빛의 옷을 입는다. 백제 무왕이 꿈꾸었던 이상향과 찬란한 왕도의 기억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만나 1,400년의 시간을 넘어 현대의 관람객 앞에 되살아난다.

[전라 Insight] 익산 미륵사지 1400년 전 백제 왕도, 빛으로 다시 깨어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익산 미륵사지가 다시 한번 빛의 옷을 입는다. 백제 무왕이 꿈꾸었던 이상향과 찬란한 왕도의 기억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만나 1,400년의 시간을 넘어 현대의 관람객 앞에 되살아난다. 오는 9월 4일부터 27일까지 미륵사지 일원에서 개최되는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익산 미륵사지’는 단순한 야간 경관 행사를 넘어 역사와 문화, 첨단기술이 융합된 대규모 문화유산 콘텐츠다.

국가유산청과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가 공동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왕도의 시간 : 빛으로 물든 왕도가 깨어나는 시간’을 주제로 열린다. 미륵사지는 백제 최대 사찰이자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찰 터로 평가받는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핵심 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익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미디어아트는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관람객들이 문화유산을 보다 쉽고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히 올해 행사는 백제 미륵사의 독특한 가람배치인 ‘3탑 3금당’을 모티브로 삼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서사를 구축했다. ▲성시(盛時: 백제의 번영) ▲현시(現時: 역사적 유산의 현재적 조명) ▲여시(如時: 변함없이 이어질 미래)라는 세 개의 시간대를 따라 관람객들은 왕도의 탄생과 번영, 현재의 문화유산 가치, 미래를 향한 희망을 순차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사라진 목탑, 거대한 빛으로 귀환하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성시’의 대표 프로그램인 ‘Reborn : 목탑의 귀환’이다.

현재는 터만 남아 있는 미륵사지 중앙 목탑을 높이 30m 규모의 거대한 빛의 구조물로 재현한 초대형 미디어파사드가 행사장 중심에 설치된다. 백제 무왕 시기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미륵사 목탑은 동아시아 목조건축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건축물이지만, 현재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다시 태어난다(Reborn)’는 의미에 걸맞게 역사적 상상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사라진 목탑을 다시 눈앞에 불러낸다. 관람객들은 밤하늘을 수놓는 거대한 빛의 목탑을 통해 백제 왕도의 위용을 체감하게 된다.

목탑지에서는 매일 네 차례에 걸쳐 시그니처 미디어파사드가 상영되며, 이어 동·서탑과 연계한 레이저쇼와 조명 연출이 펼쳐진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동탑, 목탑지 구조물을 하나의 무대로 연결한 ‘목탑의 시간’, ‘석탑의 빛’ 프로그램은 백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당간지주를 활용한 ‘빛의 통로’ 역시 주목할 프로그램이다. 안개와 빛, 프로젝션 기술을 활용한 360도 몰입형 콘텐츠로, 관람객들은 마치 왕도의 문을 통과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백제 왕도를 걷는 밤의 산책

△‘현시’ 구역은 현재의 관람객이 직접 왕도의 시간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행사장 입구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진 ‘시간의 회랑’이 조성된다. 빛의 터널을 지나며 관람객들은 일상에서 역사 속 공간으로 이동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륵사지 연못 주변에는 다양한 빛 조형물이 설치된다. 금동사리장엄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빛의 사리’, 용의 비늘에서 영감을 얻은 ‘왕도의 빛’, 대형 연꽃 조형물이 수면 위를 수놓는 ‘몽유연지’ 등은 미륵사지 야간 경관의 품격을 높인다.

특히 ‘천년의 개화’는 관람객 움직임에 따라 색과 빛이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단순히 보는 전시를 넘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콘텐츠로 운영된다.

행사장 곳곳에는 미륵사지의 역사와 축제 정보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LED 미디어월도 설치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미래를 비추는 빛, 관람객이 완성한다

△‘여시’ 구역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참여를 주제로 구성된다.

석부재 전시장에서는 금제사리봉안기의 이야기를 담은 미디어파사드 ‘기억의 원석’이 운영된다. 또한 ‘미륵의 돌’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빛을 변화시키는 체험을 할 수 있고, ‘내가 만드는 왕도’에서는 소원을 담은 빛을 더해 하나의 거대한 왕도의 탑을 완성하게 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빛의 탑, 미륵사지’도 눈길을 끈다. 빛 블록을 직접 쌓아 탑을 완성하는 교육형 콘텐츠로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미래 세대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

-개막 특별공연 ‘환생의 시’

△개막일인 9월 4일에는 특별공연 ‘환생의 시’가 목탑지 앞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익산시립무용단이 출연하는 이 공연은 빛과 음악, 영상, 무용이 결합된 비주얼 퍼포먼스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금제사리봉안기 명문을 바탕으로 백제의 건국 이상과 미륵사의 창건 정신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관람객들은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무용 공연이 결합된 무대를 통해 단순한 관람을 넘어 역사적 서사 속에 직접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체험·공연·먹거리까지…오감 만족 축제

△행사 기간에는 미디어아트 외에도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남측광장에는 백제 왕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왕도의 포토부스’가 설치된다. 주말에는 사리장엄구와 연꽃 자개 키링 만들기, 전통 갓 만들기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백제의 선율’ 버스킹 공연도 매주 토·일요일 저녁 열려 미륵사지의 밤을 음악으로 채운다. 지역 예술인과 공연팀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지역 수공예품과 특산품을 만날 수 있는 플리마켓, 다양한 먹거리와 푸드트럭이 운영되는 ‘익산잇츠’도 마련돼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대표 야간 문화유산 축제로 자리매김

△익산 미륵사지 미디어아트는 국가유산청 공모사업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21년 첫 개최 당시 약 5만 명 수준이었던 관람객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16만 명을 넘어섰다. 문화유산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콘텐츠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관광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미륵사지라는 세계유산의 역사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문화유산 활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익산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체류형 야간 관광을 확대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1400년 전 백제인이 꿈꾸던 희망과 평화의 빛이 오늘날 미륵사지에서 다시 깨어난다”며 “거대한 빛으로 되살아난 목탑과 다채로운 미디어아트를 통해 세계유산 미륵사지의 역사적 가치와 신비로운 야간 경관을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산=김종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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