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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기차 수요 둔화 뚫어라”… ESS 투자에 울고 웃은 배터리 업체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의 늪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돌파하고 있다. 하지만 ESS 비중을 늘렸다고 모두가 웃지는 못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뚫어라”… ESS 투자에 울고 웃은 배터리 업체들

AI 데이터센터발 수주 물량 늘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의 늪을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돌파하고 있다. 하지만 ESS 비중을 늘렸다고 모두가 웃지는 못했다. AI 데이터센터 붐을 타고 ESS가 업계의 생명줄이 된 것은 맞지만, 공격적인 라인 전환에 나선 기업과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기업 간의 ‘수익성 역설’이 나타나며 1분기 희비가 엇갈렸다.

올 1분기 삼성SDI는 155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손실 폭을 64% 줄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은 12.6% 늘어난 3조5764억원을 기록했다. 빅테크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전력용 ESS와 무정전 전원 장치(UPS) 공급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래픽=김현국

소재사인 에코프로도 급반등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14억원에서 올해 602억원으로 42배 늘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회복세에 더해, 수익성이 높은 ESS용 양극재 판매가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포스코그룹도 이차전지 소재 부문 손실을 90% 이상 줄이며 ESS 효과를 봤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달 중 포항 영일만에 ESS 전용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공장을 착공하며 쐐기를 박을 계획이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키운 ESS

가장 역설적인 대목은 ESS 전환에 가장 공격적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적자 전환이다. LG엔솔은 1분기 ESS 매출 비중을 20% 중반까지 끌어올리며 6조5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0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환 비용’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북미 등 기존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공정 중단 비용이 발생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 탓에 가장 먼저 매를 맞은 셈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금 치르는 비용은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수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ESS 진입이 늦었던 SK온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포드와의 합작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ESS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치면서 1분기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헝가리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면 하반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전제 조건은 ESS 수주 확대다.

“ESS 대응 속도, 실적 가른다”

ESS 수요 폭발의 진원지는 AI 데이터센터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대용량 ESS가 필수적이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와 달리 ESS는 소비자 심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는 ‘안정적인 성장 기반’으로 주목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AI발 수주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 삼성SDI가 올 초 미국의 에너지 전문 업체에 각형 ESS용 배터리를 1조5000억원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고, LG에너지솔루션도 작년 7월 미국 테슬라에 7조원대 규모 ESS 배터리를 3년간 납품하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의 고전은 ESS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투자 고개’를 넘고 있는 과정”이라며 “결국 하반기부터는 전환 비용을 털어낸 LG와 고부가 시장을 겨냥한 삼성, 뒤늦게 합류한 SK 간의 진검승부가 ESS 시장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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