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보험사들의 화석연료 투자·보험 인수 제한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일보] 기후재난으로 보험업계의 손실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화석연료 투자·보험 인수 제한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석탄 정책이 신규 사업 규율에 치우친 데다 기존 자산의 철수 시한과 예외 조항의 검증 기준도 불명확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국내 주요 보험사 8곳의 탈석탄 정책을 Generali, AXA, QBE, Aviva, AXIS Capital 등 해외 선도 보험사 5곳과 비교한 ‘국내 보험사 탈석탄 정책 진단 2026’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보험사들의 탈석탄 정책이 선언 수준에는 도달했지만 실제 투자와 보험 인수를 구속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보험사는 기후재난으로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산 운용과 보험 인수를 통해 화석연료 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계속될수록 기후위험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손실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실제 기후재난에 따른 보험 손실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5년 7월 대규모 차량 침수 당시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위 4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은 92.1%까지 상승했다. 같은 해 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보다 3.7%포인트 오른 87.5%를 기록했고, 자동차보험 손익은 708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국내 은행과 보험업권의 손실 규모가 약 45조7000억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규 사업만 규율··· 기존 석탄자산 철수 시한 ‘공백’
기후솔루션은 국내 보험사 탈석탄 정책의 공통적인 한계로 ▷높은 화석연료 매출 비중 임계값 ▷광범위한 예외 조항 ▷보험 인수 정책의 구체성 부족 ▷정책과 실제 배출량 간 괴리 ▷공시 투명성 부족 등을 꼽았다.
화석연료 매출 비중 기준을 명문화한 삼성화재, 삼성생명, 현대해상은 모두 30%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해외 보험사는 Generali 15~20%, AXA 10%, QBE와 Aviva 5% 등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보험사의 30% 기준이 다각화된 석탄 관련 기업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탈석탄 정책을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화재 역시 예외 조항이 넓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화재는 책임투자 정책에서 ‘에너지 전환계획 보유 기업’과 ‘국내 공공기관 등 공적 성격의 업체’를 예외 대상으로 두고 있지만, 해당 기업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정의나 검증 기준은 명시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예외가 국내 최대 석탄발전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을 정책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틸리티 업종이 국내 보험사 금융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관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인수 정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확인됐다. 삼성화재는 2026년 정책 개정을 통해 석탄 채굴시설과 신규 석탄 인프라뿐 아니라 오일샌드와 북극유전까지 배제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기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보험 중단’에 적용되던 예외 조항을 전체 배제 규정에 적용하면서 예외 적용 범위도 함께 넓어졌다.
특히 ‘국가 에너지 정책’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보험을 제공할 여지를 남긴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해외 보험사들은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Generali는 SBTi의 약정·검증을 받은 탈탄소화 전략을, AXIS Capital은 OECD·EU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모든 열탄 관련 활동을 종료하는 전환계획을 요구한다.
반면 국내 보험사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외부 검증 주체나 종료 시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다.
국내 8개 보험사 가운데 기존 보유 자산에 대한 철수 시한을 제시한 곳은 삼성생명 한 곳뿐이었다. 삼성생명은 2030년까지 석탄 채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반면 나머지 보험사들은 대부분 신규 거래를 중심으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2040년 석탄발전 퇴출 방침을 밝힌 만큼 신규 사업만 제한하는 정책으로는 이미 보유한 석탄 관련 자산의 좌초 위험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해외 탈석탄 정책 비교 매트릭스 /자료제공=기후솔루션
탈석탄 선언과 엇박자··· 금융배출량 늘고 공시는 부족
정책과 실제 배출량 사이의 괴리도 나타났다. KB손해보험은 그룹 차원에서 탈석탄 금융과 2050년 넷제로를 선언했지만 금융배출량은 2024년 490만톤에서 2025년 590만톤으로 20.2% 증가했다. 투자 대비 배출량을 나타내는 탄소집약도 역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주요 손해보험사 가운데 명시적인 탈석탄 선언이 없고, 모회사인 메리츠금융그룹도 금융배출량 지표를 산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인수 영역에서는 조사 대상 8개사 모두 보험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솔루션은 손해보험사가 화석연료 광산과 발전사업 운영에 필요한 보험을 제공하는 만큼 금융배출량뿐 아니라 보험배출량과 감축계획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내 보험사에 ▷탈석탄 정책의 즉시 채택과 보험 인수 기준 명문화 ▷화석연료 매출 비중 임계값 10% 이하로 인하 ▷신규 광산·발전 확장 기업 자동 배제 ▷에너지 전환계획 예외에 외부 검증과 종료 시한 도입 ▷공공기관 예외 폐지 또는 일몰기한 설정 ▷기존 보유 자산과 계약의 철수 시한 마련 ▷금융·보험배출량 공시 표준화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기민우 연구원은 “업계를 선도한다는 기업의 정책조차 예외 조항에 검증 기준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일부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구조적 미비라는 뜻”이라며 “최근 폭염과 폭우 등 기후재난이 빈번해지면서 보험사의 기후위기 영향이 커지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책임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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