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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장기훈 “지식 흐르는 기업 생태계 만든다”

20여 년 동안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의 ‘한국 1호 사원’을 자처해 온 장기훈 에이드노스 대표가 이번엔 ‘세계 최초’를 내걸었다.

‘처음’ 만들어온 장기훈, 세계 첫 도전

한국 첫 가상화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

“지식 거래 단위 개인 아닌 기업으로”

20여 년 동안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의 ‘한국 1호 사원’을 자처해 온 장기훈 에이드노스 대표가 이번엔 ‘세계 최초’를 내걸었다. 사진 에이드노스 제공

20여 년 동안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의 ‘한국 1호 사원’을 자처해 온 장기훈 에이드노스 대표가 이번엔 ‘세계 최초’를 내걸었다. 그가 이끄는 에이드노스는 사람 대신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AI 에이전트’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업용 운영체제 ‘NOS’를 정식 출시했다.

한국 최초의 가상화 기술 인증 엔지니어에서 여러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 설립자를 거쳐 창업가로 변신한 그는 국내 매체들이 선정한 ‘2026 한국을 이끄는 혁신 리더’와 ‘2026 혁신한국인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뷰는 9월 19일 전화로 진행됐다.

● 20년 넘게 대기업을 먼저 찾지 않고 늘 회사의 한국 시장을 처음부터 만들어 왔다. 왜 매번 ‘처음’을 택했나.

2004년 가상화 기술 회사에서 한국 최초의 가상화(브이엠웨어·VMware) 인증 엔지니어가 됐다. 2010년엔 데이터 저장장치 1위 기업 이엠시(EMC) 한국지사의 유일한 클라우드 전문가로 일했고, 2013년엔 직원이 120명뿐이던 뉴타닉스(Nutanix) 본사에 들어가 한국지사를 세웠다. 2018년엔 직원 30명이던 디아만티(DIAMANTI)에 합류해 한국지사장을 지냈다. 남들이 검증된 대기업을 찾아갈 때 나는 매번 작고 불확실한 조직에 뛰어들어 그 회사의 한국 첫 페이지를 직접 썼다. 나는 기술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시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읽어 현실의 구조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 안정적인 대기업 경력도 있다.

2020년엔 서버·저장장치 1위 기업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에서 데이터 저장장치 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21년부터는 시가총액 약 300조원의 구독형 클라우드 기업 서비스나우(ServiceNow) 한국지사 설립 멤버로 합류해 기술영업본부장으로 4년간 일했다. 2022~2023년엔 지사장 대행(그라운드리드)까지 맡았다. 대기업에서도 내 역할은 늘 ‘설립 멤버’였다. 이미 만들어진 자리에 앉기보다 조직의 초기 구조를 설계하는 위치에 서 있었다.

● 정보기술 업계에 20년을 있었지만 본래 전공은 철학이다.

충북대 철학과를 나왔다. 인문학연구소 협의회 논문경연대회에서 ‘사이버공간에서 소유권 문제’라는 주제로 우수상을 받았다. 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이기 전에, 기술이 만들어내는 소유와 관계의 문제를 오래 고민해 왔다는 뜻이다. 이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수료하며 경영의 언어까지 익혔다. 철학에서 출발해 기술 현장을 거쳐 경영으로 이어진 이력이 ‘왜’와 ‘어떻게’를 함께 사유하도록 나를 단련시켰다.

● 2024년 자신의 이름을 건 에이드노스를 세웠다. 창업의 출발점은.

오래 현장을 지키며 마주한 질문이 있다. 왜 한국의 좋은 기술과 인재는 이토록 자주 흩어지고 사라지는가. 답은 기술력이나 인재 부족이 아니라 지식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구조의 부재’에 있었다. 프로젝트 중심의 시스템 통합(SI) 문화와 서로 단절된 지식관리 체계 속에서 애써 개발한 기술이 조직에 쌓이지 못한 채 파편으로 사라져 왔다. 기술이 흐르지 못하면 파편화된 결과물로 소멸하고, 시장은 다시 인력 중심 구조로 회귀하게 된다.

● 핵심 기술인 ‘NOS’는 어떤 것인가.

NOS는 라틴어로 ‘우리’라는 뜻이다. 인간 사회를 ‘우리’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전체를 뜻하는 이름으로 지었다. 우리는 NOS를 세계 최초의 5세대 ‘에이전트를 만드는 에이전트(메타에이전트)’ 운영체제로 규정한다. 개별 에이전트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하고 결함 없는 에이전트를 스스로 대량 생산하고 제어하는 거대한 지능형 공장이라는 의미다.

● 자동화의 ‘5세대’라는 개념을 좀 더 풀어달라.

자동화는 단계적으로 진화해 왔다. 정해진 규칙대로 수작업을 대신하던 로봇업무자동화(RPA)가 1세대 ‘디지털 근육’이었다. 여기에 광학문자인식(OCR)과 자연어 처리(NLP)를 더해 형식이 일정치 않은(비정형) 데이터를 인식하는 지능형 자동화(IPA)가 2세대 ‘디지털 감각’으로 붙었고, 전사 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잇는 초자동화(하이퍼오토메이션)가 3세대 ‘디지털 신경망’으로 발전했다. 생성형 AI와 함께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구를 다루는 자율형 에이전트(에이전틱 AI)가 4세대 ‘디지털 두뇌’로 떠올랐지만, 통제 없는 자연어 코딩의 확산은 나중에 감당해야 할 기술적 빚(기술 부채)과 보안 위협을 낳았다. 우리는 그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는 5세대에 도달했다고 본다.

● 요즘 확산되는 자연어 코딩과 무엇이 다른가.

자연어 코딩은 형식이 일정하지 않은 자연어 요구에 기대다 보니 결과 편차가 크고 분야별 전문지식을 담기 어렵다. 우리 개발·운영 통합 플랫폼 ‘포지에이드(ForgeAid)’는 요구사항을 표준 데이터 구조로 강제해 재작업률을 20~30% 줄인다. 먼저 ‘프롬프트에이드(PromptAid)’가 자연어 요건을 일관된 표준 사양으로 정리하면, 포지에이드가 인프라를 자동 배포하고 “AI는 실행하고 사람은 승인한다”는 정보기술 운영표준(ITIL) 기반 관리체계 안에서 코드를 검증·배포까지 마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이전트가 활동하며 쌓은 지식은 ‘인텔리전스에이드(IntelligenceAid)’에 기업 자산으로 영구 보존되고, 재사용과 정산은 ‘마켓에이드(MarketAid)’가 단일 장부에 투명하게 기록한다. 실제 운영은 외부와 격리된 보안망(호스티드온·HostedOn)에서 이뤄진다.

● 도입 효과는 얼마나 되나.

이 체계로 연간 40억원의 개발 인건비를 기준으로 약 13억2000만원을 절감하고 약 20%의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시범 도입(개념검증·PoC)에서는 개발 생산성 20% 향상, 배포 시간 40% 단축, AI가 만든 코드 재작업률 30% 감소, 규제 준수·감사 준비기간 80% 감소를 확인했다.

한국 최초의 가상화 기술 인증 엔지니어에서 여러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 설립자를 거쳐 창업가로 변신한 장기훈 대표는 국내 매체들이 선정한 ‘2026 한국을 이끄는 혁신 리더’와 ‘2026 혁신한국인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 에이드노스 제공

● 지식 거래의 단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식과 기술의 거래 최소 단위를 개인이 아닌 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제품과 산업 중심 구조로 전환할 때 기술은 비로소 축적되고 확장된다. 20년 전 한국 최초의 가상화 인증 엔지니어였던 내가 이번엔 ‘세계 최초’를 회사 이름에 걸었다. 나는 늘 아무도 가지 않은 자리에 먼저 서 왔고, 에이드노스는 그 궤적의 가장 최근이자 가장 큰 도전이다.

● 기술뿐 아니라 행동강령까지 직접 설계했다.

에이드노스는 ‘도덕적 실용주의와 기술 혁신의 실행 지침(AidNos Code of Conduct)’이라는 행동강령으로 조직 운영 철학을 세웠다.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 철학과 정약용의 ‘행사(行事)’, 안창호의 ‘무실역행(務實力行)’ 정신을 하나로 엮었다. 옳은 일을 하라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 옳은지 모호한 상황에서 실질적 해법을 찾는 ‘도덕적 실용주의’를 지향한다. 검증 가능성, 실질적 효용, 도덕적 일관성이라는 3대 원칙으로 구성원의 판단을 이끌고 이를 경세치용 이용후생 실사구시 세 개 장으로 구체화했다.

● 특히 ‘문제 제기(스피크 업·Speak Up)’ 문화와 제보자 비보복 원칙을 강조한다.

부당한 상황에 침묵하지 않는 ‘문제 제기(스피크 업)’ 문화와 제보자에 대한 비보복 원칙을 조직 윤리의 최후 보루로 삼는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다루는 조직의 신뢰와 원칙이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여러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결론이다. 에이드노스의 성공은 화려한 비전 선포가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행동인 ‘행사’에 달려 있다.

● 서비스 이용과 향후 계획은

개인 사용자는 1계정·1프로젝트에 한해 무료로 쓸 수 있고, 팀·회사 단위 라이선스와 100% 자체 구축형(온프레미스) 구성도 지원한다. 현재 투자 유치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판매 협력사(리셀러) 제휴를 넓혀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제조 분야 인공지능 전환(AX)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하려는 것은 기술을 더 많이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만들어진 기술이 조직 안에 흐르고 쌓이게 하는 일이다. 기업이 기술 고갈과 기술 부채에서 벗어나 스스로 비즈니스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기획하고 만들고 검증하고 자산으로 남겨 운영하는 자생적 지식경제 생태계를 완성하고 싶다. 에이드노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낼 다음 ‘처음’이 한국 정보기술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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