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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연 파괴 멈춘다더니...UN "23개 목표 중 22개 낙제"

전 세계가 함께 정한 생태보호 목표의 대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원 마련이 미흡하다고 지적되는 가운데, 목표 중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은 단 하나 뿐이었다.

전 세계가 함께 정한 생태보호 목표의 대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원 마련이 미흡하다고 지적되는 가운데, 목표 중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은 단 하나 뿐이었다. 한국은 관련 제도를 비교적 잘 갖췄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구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한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COP15) 현장 (사진 UN Biodiversity)/뉴스펭귄

전 세계가 2022년 합의한 생물다양성 목표 23개 가운데 22개에서 진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이 지난 26일 공개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이행 상황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23개 목표 중 기후변화 대응을 다루는 목표 8만이 유일하게 '긍정적 진전(초록)' 평가를 받았다. 나머지 22개 목표는 모두 진전이 불충분하거나 평가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2030년 목표, 절반 지점에서 드러난 민낯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거의 모든 당사국이 합의한 GBF는 '자연을 위한 파리협정'으로 불린다.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되돌리는 것이 목표이며, 2050년까지는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번 보고서 "State of Biodiversity Action"은 2030년까지의 절반 지점에서 처음 실시되는 종합 진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제는 평가 근거가 되는 데이터 자체도 아직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CBD에 따르면 국가생물다양성전략 및 이행계획(NBSAP)을 기한 내 제출한 국가는 전체의 45%에 그쳤고, 국가보고서를 제출한 국가는 66%였다. 목표 이행을 평가할 기초 자료조차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부진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 구조적 격차로 짚었다. 하나는 각국이 제출한 국가 목표와 계획이 GBF가 요구하는 수준의 '야심(ambition)'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설정된 목표조차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행력(implementation)' 부족이다. 특히 유해한 보조금이나 기업 관행 같은 '간접 동인'에 대한 대응이 가장 뒤처져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27일부터 케냐 나이로비에서 시작된 CBD 하위기구 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다. 과학기술자문 보조기구(SBSTTA-28, 7월 27일~8월 1일)와 이행 보조기구(SBI-7, 8월 4~12일)가 순차적으로 열려 오는 10월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개최되는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에 상정할 권고안을 마련한다. 최종본은 나이로비 회의 이후 공개되며, COP17에서 진행되는 첫 '글로벌 리뷰'의 핵심 근거자료로 쓰인다.

재원·보조금서 가장 뒤처져

부진이 가장 뚜렷한 영역은 재원 조달이다. GBF의 목표D는 2030년까지 연간 700억 달러의 '생물다양성 재원 격차'를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20~2023년 4년간 각국이 조성했다고 보고한 재원은 누적 1864억 달러에 그쳐,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선진국이 개도국에 지원하기로 한 국제 공적자금은 2025년까지 연 200억 달러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2020~2023년 연평균 44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이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했다. 민간 재원 역시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해 보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목표18은 2025년까지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보조금을 식별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소 500억 달러씩 단계적으로 감축·개혁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22개국이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2022~2025년 사이 유해 보조금 지출액은 오히려 총 2680억 달러, 연평균 670억 달러에 달했다. 정량적 감축 목표를 실제로 설정한 국가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30 by 30'으로 불리는 보호구역 확대(목표3)와 생태계 복원(목표2)도 확대 추세이긴 하나 재원·역량 부족으로 목표 달성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원주민·지역사회의 권리 인정과 관련한 모니터링 체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유전자원의 디지털서열정보(DSI) 이익공유 문제도 상징성에 비해 실질적 진전은 미미했다. 2024년 COP16에서 관련 기업의 자발적 기여를 위한 '칼리기금(Cali Fund)'이 출범했지만, 2022~2025년 사이 실제로 확인된 유전자원 이용 수익은 누적 690만 달러에 그쳤다. 전통지식 보호와 이익공유 형평성을 다루는 목표C는 "아직 진전 여부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주요목표 (출처 BNBP)/뉴스펭귄

한국은 다른가…"제도 앞서지만 속도는 과제"

전 세계적인 부진 흐름 속에서 한국의 이행 상황은 어떨까. 국내 생태분야 NGO 일각에서는 한국이 제도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수립 시점과 지방정부와의 연계 체계를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생태분야 NGO 관계자는 31일 <뉴스펭귄>에 "한국은 GBF와 정합성을 갖는 범부처 통합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했다”면서 “196개 당사국 중 10번째로 이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물다양성협약은 GBF의 성공을 위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참여와 기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우리나라는 국가생물다양성전략 수립과 이행에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한편 지역별 생물다양성 전략도 수립되어 이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했듯 전체 당사국의 45%만이 기한 내 NBSAP를 제출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인 축에 속한다. CBD가 강조해온 중앙-지방정부 간 다층적 거버넌스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제도적 완성도와 별개로, 실제 이행을 뒷받침하는 지표 체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진단도 이어졌다.

그는 "각 목표별 핵심목표, 보완목표, 시행계획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개된 2024 이행 현황에 따르면 총 지표(핵심, 보완) 67개 중 측정 중인 것이 39개로 과반이상이나 방법 개발 중인 것이 17개, 자료 수집 중인 것이 5개, 개념 정립 중인 것이 5개 등으로 속도감 있는 과제 이행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목표별 이행계획 자체는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이를 실제로 측정할 지표 67개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여전히 방법론이나 개념 정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절반 이상이 측정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나머지가 언제 실측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나올 국내 평가 결과가 이런 공백을 메울 첫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달에 2025년 이행 실적평가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고 12월에 두번째 이행 평가 결과인 2025 이행보고서가 발간될 예정이므로, 이번 결과에 따라 잘 추진되고 있는 항목과 미비한 항목, 예상 달성 정도, 효과성 등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틀은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할 측정·평가 인프라가 아직 성숙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12월 「2025 이행보고서」는 한국의 실제 이행 수준을 가늠할 첫 실질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나이로비 협상은 다음달 12일 SBI-7 종료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도출된 권고안은 10월 19일부터 30일까지 예레반에서 열리는 COP17 본회의로 넘겨진다. COP17에서는 이번 초안 보고서를 근거로 한 글로벌 리뷰가 처음으로 진행되며, 남은 4년간의 이행 방향을 좌우할 결정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CBD는 "집단적 이행이 급격히 가속화되지 않는 한, 2030년 목표와 미션은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2022년 몬트리올에서 세계가 합의했던 약속의 절반이 지난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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