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얼룩날개모기. 중앙포토
중일전쟁(1937∼1945년) 당시 일본 육군군의학교 군의관이 정신질환으로 입원 중이던 자국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말라리아 감염 인체실험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이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의 마쓰노 세이야 연구원이 확인한 관련 논문에 따르면 일본 육군군의학교 군의관은 1940년 자국 내 말라리아 확산을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군의관은 말라리아에 감염된 일본군 병사의 피를 빤 모기를 준비한 뒤 조현병을 앓고 있던 일본군 병사 10명에게 모기를 물게 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사람의 피를 빤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면서 전파되는 질병이다.
실험 뒤 발병 여부를 관찰한 결과 10명 가운데 5명에게서 말라리아 감염에 따른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40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전신 통증, 식욕부진 등을 겪었다.
군의관은 일정 시간 이들을 관찰한 뒤 약물을 투여했다.
“전투 투입 어렵다” 정신질환 병사 대상 삼아
당시 중국에 주둔한 일본군 사이에서는 말라리아 감염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일본으로 돌아온 뒤 말라리아가 자국 내로 퍼지는 것을 막겠다는 명목에서 이번 실험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마쓰노 연구원은 전투에 더 이상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조현병을 앓던 일본군 병사들을 인체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쓰노 연구원은 “피험자가 된 병사들은 실험 내용이나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적과 관계없이 국가나 전쟁 수행에 공헌할 수 없다면 피험자로 삼아도 괜찮다는 냉혹함이나 인간을 연구재료로만 보는 발상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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