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기술이 현실 쇼핑몰에 등장해 화제다.
구글 쇼핑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와 협업한 광고에서 가상 착용 기능을 선보인다. (사진 = 인스타그램@구글)
패션 디렉터가 구글 검색을 통해 런웨이 의상을 고르고, 이를 동료의 이미지에 가상으로 입혀보며 완벽한 드레스를 찾아내는 모습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구글이 실제로 선보인 ‘가상 착용(Virtual Try-on)’ 기능이다.
90년대 영화 ‘클루리스(Clueless)’에서 주인공이 데스크톱 화면을 두드리며 옷을 조합하던 획기적인 장면이 이제 생성형 AI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고객은 사이즈 고민 없이 옷을 고르고, 기업은 반품 비용을 줄여 내실을 다지는 AI 기반 패션 혁명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진다.
소매업계 압박하는 천문학적 반품 비용
미 경제 매체 CN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디지털 피팅룸은 소매업계의 수익 구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함께 소비자는 여러 사이즈를 주문한 뒤 맞지 않는 제품을 반품하는 ‘브래킷팅(bracketing)’ 소비 패턴에 익숙해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고스란히 소매업체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미국 소매협회(NRF)는 2025년 전체 소매 판매의 15.8%, 금액으로는 약 8,499억 달러(약 1,100조 원) 규모가 반품될 것으로 전망한다. 온라인에서의 반품률은 20%에 육박한다. Z세대 소비자가 연간 평균 8회 반품한다는 데이터는 소매업계의 부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품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단순한 물류 비용을 넘어선다. 회수된 상품은 검수와 재포장 과정을 거쳐야 하며, 상당수는 할인되거나 폐기된다. 소비자의 80% 이상이 무료 반품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반품이 마진을 직접 훼손하는 구조적 리스크가 됐다. 이 때문에 업계의 관심은 반품의 처리에서 사전에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해법은 생성형 AI 기반 가상 착용 기술이다. 과거 이미지 합성 수준을 넘어 체형과 자세, 원단의 질감을 정교하게 구현함으로써 온라인 쇼핑의 최대 약점인 사이즈와 핏에 대한 불확실성을 구매 전 단계에서 해소하기 때문이다.
“내 아바타가 걷고 춤춘다”… 진화하는 생성형 AI
기술 진화는 곧바로 산업 전반의 도입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가상 착용 기능을 검색 단계까지 확장해 의류뿐 아니라 신발에도 적용했으며,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해 스타일을 시각화하는 앱 ‘도플(Doppl)’을 별도로 출시했다. 쇼피파이(Shopify)와 AI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Perplexity) 역시 자사 플랫폼에 가상 착용 솔루션을 통합하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자라 트라이온이 생성한 아바타(왼쪽)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걷고 자세를 바꾸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옷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확인하도록 돕는다. (사진 = 인스타그램@immadsal)
학계와 전문 기업의 기술력도 정점에 달했다.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연구진이 개발한 ‘드레스앤댄스(Dress&Dance)’는 원단의 질감과 몸의 움직임에 따른 주름까지 계산해 내는 정교한 물리적 시뮬레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자라의 3D 아바타 생성 기능(Zara Try-on)으로 이어져, 고객이 자신을 닮은 아바타가 걷거나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확인하게 한다.
실질적인 성과도 눈에 띈다. 영국의 온라인 편집숍 ASOS는 AI 기반 가상 착용 도입 후 반품률이 160bp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고,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 아미리(Amiri)는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통해 구매 전환율을 10% 이상 끌어올리며 투자 대비 최대 30배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과 어도비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까지 가상 착용 인프라 확장에 가세하며 '디지털 피팅룸'은 쇼핑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패션 쇼핑의 미래, ‘뉴 노멀’이 된 AI 피팅룸
AI 피팅 기술은 마케팅 영역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구글은 영화 협업과 함께 사라 제시카 파커, 린지 로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앞세운 캠페인을 통해 가상 착용을 스타일 탐색 경험으로 확장 중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해 다양한 룩을 시도하고 이를 공유하며 콘텐츠를 만든다.
기업 내부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리바이스는 사내 AI 해커톤(hackathon)을 통해 ‘이매진 온 미(Imagine on Me)’라는 가상 착용 기능을 개발했으며, 이를 실제 서비스에 반영할 계획이다. 고객이 모델이 아닌 자신에게 입혀진 옷을 확인하도록 해 구매 확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해커톤은 전사적 AI 학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가자들이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 문제에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비개발 직군까지 참여해 기능을 구현했다는 점은 AI가 특정 조직을 넘어 전사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SOS의 가상 착용 기능은 고객이 업로드한 사진이나 AI가 생성한 모델 중 선택하는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으로 4~7초만에 체험화면을 로딩한다. (사진 = asosplc.com)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실제 착용과의 미세한 차이, 다양한 체형 데이터 확보, 사용자 신뢰 문제 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가상 착용 기능만으로 반품률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는 데이터도 아직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 착용 기술은 더 이상 선택적 기능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피팅룸 경험이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이제 쇼핑 경쟁력은 핏과 스타일의 생생한 시각화를 통해 소비자가 구매 전에 얼마나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느냐에 달려 있다. 그 확신은 이미 AI 피팅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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