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사-78] 요즘 식당가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고객이 ‘반토막 났다’다. 다점포 출점이 목표인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상권이 반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전국적으로 입학생 0명인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이런 현상은 이제 수도권에서도 낯설지 않다. 폐교도 잇따르고 있다. 인구절벽의 영향이 식당가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 감소 뒤에는 고령화와 1인 가구의 급증이라는 인구 구조적 변화도 함께 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단순히 손님이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노동력 부족과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 절벽 시대에 식당들은 어떤 전략으로 살아남아야 할까. 특히 메뉴 전략은 매출 증대와 직결된다.
반복 소비를 잡는 메뉴 구조
상권에서 절대적인 고객 수가 감소했을 때 직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메뉴에 파레토의 법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전체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핵심 단골 고객으로부터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 단골 고객은 재방문 횟수와 소비 회전 기간을 줄이는 고객이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다. 불황 속에서도 커피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커피가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메뉴이기 때문이다. 카페 창업 수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창업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음식과 달리 음료는 훨씬 더 자주 소비되기 때문이다.
바나나타이거 매장 전경.
커피 브랜드 바나타이거의 경우 올봄 저가를 넘어 초저가 커피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원두 가격 인상으로 커피 가격이 일제히 인상됐는데, 하루에도 서너 잔씩 마시는 커피 가격이 고객에게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서 1200원대 초저가 커피를 준비 중이다. 바나타이거는 초저가 판매에 따른 원가 부담을 없애기 위해 원터치 디스펜서와 최고급 전자동 커피 머신 지원 등 푸드테크를 도입하고, 새로운 디저트형 커피 메뉴를 개발해 수익 가치를 3000원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식사 메뉴에서는 분식업종이 인구 절벽 시대에 가장 유리하다. 가격 부담이 적고 일상식으로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얌샘김밥 대표 메뉴.
얌샘김밥, 김가네김밥, 핵밥 등은 일상 식사를 판매하는 공간이다. 일상식이 가진 가치와 힘을 강조하기 위해 얌샘김밥은 ‘맛있는 일상’과 ‘맛있는 창업’이라는 슬로건을 새로운 표어로 채택했다. 분식은 저가라는 인식을 없애고 가장 맛있는 일상식으로 소비자 곁에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인구 절벽 시대에 일상식이 가진 반복 소비의 힘을 창업 성공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맛있는 창업’의 의미다.
고객 선택을 넓히는 더블 앵커 전략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더블 앵커 전략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앵커 전략이란 집객력을 가진 핵심 메뉴(Anchor)를 두 개 배치하는 전략이다. 보통은 하나의 메인 메뉴가 손님을 끌어오고 나머지는 사이드 메뉴 역할을 하지만, 이 전략은 두 메뉴 모두 ‘주인공’급의 경쟁력을 갖춰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방문 빈도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본죽&비빔밥’과 ‘죽이야기’다. 두 브랜드는 죽 브랜드를 대표한다. 그런데 죽은 일상식이라기보다는 환자, 해장, 건강 이슈 등 특수한 경우에 찾게 되는 전문 음식이다. 이 때문에 죽 전문점은 특수 입지가 아닌 한 높은 매출을 올리기 힘들었다.
죽이야기 솥밥 메뉴.
‘본죽’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죽&비빔밥’을 새로운 브랜드로 육성했고,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본죽 매장 대부분이 본죽&비빔밥으로 전환됐고, 덕분에 매장당 매출액도 크게 상승했다. 현재 본죽&비빔밥은 비빔밥은 물론 덮밥, 포케까지 메뉴군을 확장하며 죽 전문점에서 일상식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죽이야기는 죽과 솥밥을 결합한 전략으로 신규 매장은 물론 기존 매장을 리뉴얼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솥밥은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밥에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반찬이 필요 없는 일품요리형 식사 메뉴다. 솥밥은 프리미엄한 K-햄버거 같은 포지션을 차지하며 가장 핫한 일상식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죽이야기는 이 전략을 통해 매장 매출을 두 배 이상 상승시켰다.
피크타임과 객단가를 동시에 만드는 전략
식당의 가장 큰 단점은 업종에 따라 피크타임이 다르고 특정 시간대에만 고객이 몰린다는 점이다. 베트남 쌀국수집이나 샐러드 가게는 점심 시간이 피크타임이고, 고깃집이나 술집은 저녁 시간이 피크타임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아예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거나, 영업을 하더라도 적은 손님을 받기 위해 임대료를 지불하며 사람이 대기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데이앤나이트 전략이다. 즉 낮과 밤에 다른 용도의 메뉴를 개발해 피크타임을 여러 번 만드는 것이다.
하남돼지집은 프리미엄 돼지고기집의 대명사 같은 브랜드다. 그동안 대부분의 가맹점은 점심보다는 저녁 영업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하남돼지집에서 요즘 인기를 얻는 메뉴가 있다. 점심 보쌈 세트다. 고객은 김치, 순두부, 된장 등 찌개를 선택할 수 있고, 이 찌개에 보쌈 세트가 함께 제공되는데 가격은 1만4000원대다. 하남돼지집 하면 떠오르는 앵커 메뉴는 두꺼운 돼지고기구이지만, 찌개 보쌈 세트를 런치 타임의 새로운 앵커로 부상시키면서 고기를 즐기는 저녁 시간 외에 점심 시간을 제2의 피크타임으로 만들고 있다. 요즘 인기를 얻는 돼지국밥 세트도 선보였다. 하남돼지집의 런치 메뉴는 강력한 조연을 등장시키는 더블 앵커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남돼지집 점심 찌개보쌈 세트 메뉴.
인구 절벽 시대에 고객 수가 줄어든다면 단위 고객당 객단가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저가 메뉴는 박리다매를 목표로 하지만, 인구 감소 시대에는 완전한 일상식이거나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않는 한 이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메뉴 업스케일링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이다.
이 전략의 사례를 잘 보여주는 음식점이 있다. 만두는 시장 통에서 파는 테이크아웃 매장이나 만둣국을 식사 메뉴로 판매하는 전문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진진만두’는 기존 만두집과 달리 고급 한정식 느낌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만두가 들어간 어복쟁반은 2인 메뉴가 7만3000원이고, 불고기 전골은 6만9000원, 수육 전골은 7만5000원이다. 손만두 떡국은 1인분 1만8000원, 손만두 매콤 술국은 1만9000원이다. 수육곰탕은 2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전류를 판매해 술을 곁들이기에도 좋아 저녁 시간대에도 식사와 주점이 병행된다. 부추전은 1만4000원, 모듬전은 3만7000원, 녹두빈대떡은 1만4000원이다. 메뉴 업스케일링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을 실행하려면 비주얼, 가치, 구성의 업스케일링 전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실행 조건
앞에서 소개한 방법 외에도 RMR 제품을 만든다든지, 공간 전략이나 메뉴 전략을 통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면 상권이 넓어져 인구 감소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푸드테크를 도입해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실제로 수많은 식당들이 나름대로 묘안을 짜서 인구 감소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다. 이처럼 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이 외에도 다양하다.
진진만두 만두전골 메뉴.
문제는 우리 식당이 그 전략을 실행할 의지와 자원을 갖고 있는가이다. 외식 시장의 규모와 경기는 인구 수, 사람이 하루에 먹는 끼니 수, 경쟁 점포 수, 소득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이 중 핵심 변수인 인구 감소는 외식 산업 전체에 큰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체 시장에 위협이 되는 것이지 개별 식당 차원에서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위기 극복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 극복을 위한 전략을 실천하려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브랜드 신뢰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브랜드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즉 평소 잘했던 식당이 더 잘해야 새로운 전략이 먹힌다는 것이다. 둘째, 자금의 여유다. 변신한다고 하루아침에 고객이 늘고 매출이 늘지 않는다. 새로운 전략이 자리 잡을 때까지 버틸 자원이 필요하다. 셋째, 마케팅이다. 입소문만으로 고객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적정한 수준의 마케팅이 뒤따르면 훨씬 빨리 안정화될 수 있다. 넷째, 믿음을 가지고 제대로 해야 한다. 한 번 찔러나 볼까 하는 마음으로 하면 고객 만족을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은 매일 식사를 하고 매일 무언가를 마신다. 만족도가 높을수록 입소문 확산이 빠르다. 그러려면 어설프게 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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