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민 박사(스포츠운동의학 박사·고려대학교 스포츠의학과 외래교수)
같은 길을 비슷한 속도로 달렸는데 어제는 심박수 135, 오늘은 155가 나왔다. 몸은 크게 힘들지 않은데 시계의 숫자만 갑자기 치솟기도 한다.
반대로 숨이 찰 만큼 힘든데도 시계의 숫자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날이 있다.
이럴 때는 궁금해진다.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걸까, 아니면 시계가 잘못 잰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스마트워치 심박수는 운동 강도를 살피는 데 유용한 자료다. 하지만 한 번의 숫자를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진단 결과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손목에서 잰 심박수는 왜 달라질까?
스마트워치는 시계 뒷면의 빛을 이용해 손목을 지나는 혈류의 변화를 감지하고 심박수를 계산한다. 시계 뒤에서 초록색 불빛이 깜빡이는 이유다.
병원에서 가슴에 전극을 붙여 심장의 전기 신호를 확인하는 심전도와는 측정 방식이 다르다. 스마트워치는 심장을 직접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손목에서 감지한 신호를 이용해 심박수를 추정하는 기기라고 이해하면 쉽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최근 스마트워치의 심박수 측정 성능은 과거보다 개선됐다. 앉아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걷고 달릴 때는 비교적 잘 맞는 편이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정확한 것은 아니다. 팔을 크게 움직이는 운동이나 운동 강도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오차가 커질 수 있다. 인터벌 달리기나 일부 근력운동처럼 움직임이 복잡할 때도 숫자가 실제 변화를 바로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시계를 느슨하게 착용했거나 손목에 땀이 많이 난 경우, 피부가 차가운 경우에도 측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제품과 착용 위치, 운동 종류에 따른 차이도 있다.
◆같은 심박수 150도 의미는 다르다
심박수가 정확하게 측정됐더라도 해석의 문제는 남는다.
분당 심박수 150회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운동 강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소 달리기를 꾸준히 해온 사람에게는 감당할 만한 강도일 수 있지만, 운동을 막 시작한 사람에게는 몇 마디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강도일 수 있다.
같은 사람도 매일 똑같지 않다. 수면 부족, 더위, 카페인, 스트레스, 탈수와 복용 약물에 따라 심박수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달려도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보다 심박수가 높다고 무조건 체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낮다고 반드시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내 심박수와 몸의 반응이 어떻게 함께 변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Zone 2'에 들어가면 무조건 좋은 운동일까?
스마트워치 화면에는 심박수에 따라 여러 색의 운동 강도 구간이 표시된다. 최근 러닝이나 유산소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Zone 2 운동'이라는 말도 자주 들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Zone 2는 일반적으로 숨이 약간 차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 강도를 가리킨다.
문제는 시계가 그 구간을 나누는 방식이다. 많은 기기는 나이를 이용해 예상 최고심박수를 계산하고, 그 값의 일정 비율에 따라 운동 강도 구간을 정한다. 그러나 실제 최고심박수는 같은 나이에서도 개인차가 있다.
따라서 시계에 'Zone 2'가 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정확히 적절한 강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운동 중 잠시 그 구간을 벗어났다고 해서 운동을 잘못한 것도 아니다.
◆숫자와 '대화 테스트'를 함께 보자
스마트워치 숫자를 보완하는 간단한 방법이 대화 테스트다.
운동하면서 문장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만 노래하기는 어려운 정도라면 대체로 중간 정도의 강도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몇 마디만 해도 숨을 크게 쉬어야 한다면 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시계는 낮은 강도라고 표시하는데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거나, 반대로 높은 강도라고 표시되는데 몸은 매우 편안하다면 숫자만 따르기보다 기기 착용 상태와 몸의 반응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다.
◆심박수가 갑자기 치솟았다면
운동 중 심박수가 갑자기 크게 오르거나 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우선 속도를 낮추고 몸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확인한다. 시계가 손목에 제대로 밀착돼 있는지도 살펴보자. 몸은 편안하고 잠시 후 숫자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면 일시적인 측정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상한 수치가 반복되거나 두근거림, 흉통, 실신할 것 같은 어지럼증, 평소와 다른 심한 호흡곤란이 함께 나타난다면 시계의 오류라고 넘겨서는 안 된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되면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 번의 숫자보다 흐름을 보자
사용법은 어렵지 않다. 운동할 때는 시계를 손목뼈보다 조금 위쪽에 흔들리지 않도록 착용한다.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나타나는 숫자보다 몸이 충분히 움직인 뒤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기록을 볼 때도 한 번 나타난 최고심박수에 집착하기보다 비슷한 운동을 반복했을 때의 흐름을 살펴보자. 심박수와 함께 숨이 얼마나 찼는지, 대화할 수 있었는지, 운동 후 피로가 다음 날까지 이어졌는지도 확인한다.
비슷한 코스를 같은 속도로 달렸는데 평소보다 심박수가 계속 높고 피로도 풀리지 않는다면, 운동량을 낮추고 몸 상태를 살피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워치의 변화만으로 체력 저하나 질환을 진단해서는 안 된다.
심장질환이 있거나 심박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스마트워치가 자동으로 제시하는 운동 구간보다 의료진과 상의해 정한 기준을 우선하는 것이 안전하다.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나 정확한 숫자를 알려주는 데 있지 않다. 내가 얼마나 움직였고 그때 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데 있다.
숫자를 맹신할 필요도, 완전히 무시할 필요도 없다. 손목 위의 숫자와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함께 읽는 것. 그것이 스마트워치를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단풍이 절정을 향하면서 주말 산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산을 오를 때는 숨이 차지만 정작 무릎 통증은 내려오는 길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 글에서는 '가을 등산, 왜 내려올 때 무릎이 더 아플까?'를 주제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몸에 주는 부담은 어떻게 다른지, 하산 속도와 보폭은 무릎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산 스틱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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