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나빠졌는데도 보수는 늘었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민감한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성과와 보상은 과연 연결돼 있는가?"
최근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서 떠오른 의문이다.
조원태 회장이 2025년 한 해 동안 받은 보수는 총 145억7000만원. 전년 대비 무려 42.7%나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흐름은 정반대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한진칼과 진에어는 적자로 돌아섰다. 이익은 줄었는데, 보수는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경영진 보수는 원칙적으로 성과와 연동돼야 한다. 이익이 늘어나면 보상이 커지고, 실적이 악화되면 보수도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그 연결고리가 얼마나 느슨한지를 보여준다. 한진그룹 측은 보수 산정이 보상위원회와 이사회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고 한다.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장이 묻는 것은 절차가 아니라 합리성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다중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는 구조다. 조 회장은 지주사인 한진칼뿐 아니라 대한항공,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등 여러 계열사에서 각각 보수를 받는다. 하나의 그룹을 총괄 경영하는 구조에서 여러 회사로부터 보수를 나눠 받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성과가 분산이 아니라 집중 중복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금액이 많다는 문제를 넘어 보수 체계 자체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또 하나의 쟁점은 책임과 보상의 균형이다.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경우 그 책임은 조직 전체가 나누어 지지만, 보상은 최고경영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시장과 구성원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적자 전환 기업이 포함된 상황에서의 보수 증가라면 그 정당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비교하면 이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예컨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무보수 경영을 10년째 이어가고 있고,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보수 수준을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하고 있다. 이와 대비되는 조원태 회장의 보수 구조는 단순한 고액 연봉을 넘어 경영 철학의 차이를 드러낸다. 결국 이번 논란은 '성과에 따른 보수인가, 아니면 지위에 따른 보수인가'가 핵심이다.
기업은 이익을 내는 조직이지만, 동시에 신뢰로 유지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보수 체계가 시장의 상식과 괴리될수록 그 신뢰의 균열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조원태 회장의 연봉 논란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 지배구조가 여전히 풀지 못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성과와 보상, 책임과 권한. 이 균형이 무너질 때 논란은 반복된다.
중기이코노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