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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로운지적]트럼프 한 마디에 금융시장 요동…전쟁을 시장 도박판으로...

상승 출발했던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제히 급락 반전했다. 시장이 반응한 것은 단순한 지정학적 불안이 아니라, "종전 가능성"을 흘리다가 정작 대국민 연설에서 더 강한 전쟁 의지만 확인시킨 백악관의...

[이로운지적]트럼프 한 마디에 금융시장 요동…전쟁을 시장 도박판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전 이란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이 서울역 대합실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한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대립은 무의미한 일이라며 전쟁 종식 의지를 내비쳤다. 2026.04.02./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향후 2~3주간 대대적 공격"과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한국 금융시장이 즉각 요동쳤다.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설 직후 동반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20원대를 돌파했다. 전쟁 리스크가 이미 시장 변수였지만, 문제는 전쟁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시장은 지금 트럼프의 오락가락 메시지와 과장된 전쟁 수사에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전후 코스피는 장 초반 1% 넘게 상승 출발한 뒤 급반전해 2%대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역시 2% 넘게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연설 이후 상승폭을 키우며 1520원대를 재차 넘어섰다.

상승 출발했던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제히 급락 반전했다. 시장이 반응한 것은 단순한 지정학적 불안이 아니라, "종전 가능성"을 흘리다가 정작 대국민 연설에서 더 강한 전쟁 의지만 확인시킨 백악관의 메시지 리스크였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기대는 협상, 현실은 협박"…트럼프식 전쟁 커뮤니케이션의 후폭풍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 정권 교체는 미국의 목표가 아니었지만 실질적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며 이란 수뇌부가 대부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새 지도자들은 덜 급진적이고 더 합리적"이라고 말하면서도, 합의가 없으면 "모든 것을 걸고 공격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문제는 발언의 수위만이 아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2~3주 안에 전쟁을 마무리하고 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고, 시장 역시 이를 종전 혹은 휴전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작 별도로 예고한 대국민 연설에서는 구체적 협상 진전이나 출구전략 없이 기존 강경 발언만 반복했다. 종전 기대를 자극해 시장을 띄워놓고, 다시 전면 공격을 공언하며 공포를 증폭시킨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정책 커뮤니케이션이라기보다, 시장을 상대로 한 고위험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깝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과 원자재 가격, 에너지 수송로가 전쟁 변수와 직결된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하나가 아시아 증시와 환율을 실시간으로 흔드는 구조는 이미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이 충격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2~3주라는 시한까지 제시되면서, 시장은 매일 백악관의 발언 수위를 따라 출렁이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번 연설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전쟁 종식 방안이나 협상 로드맵 대신, 최근 공개석상에서 반복해온 메시지를 되풀이했다는 지적이다. 종전을 기대했던 일부 공화당 지지층과 투자자들에게조차 실망감을 안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본 것은 "무엇을 하겠다"보다 "무엇도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 미군 철수 여부, 협상 진전, 휴전 조건, 전후 관리 구상 등 어느 하나도 제시되지 않은 채 "석기시대"라는 자극적 표현만 남았다. 전쟁을 외교·안보의 문제로 다루기보다, 대중 동원형 정치 언어로 소비한 셈이다.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유가를 흔들고, 환율을 흔들고, 수출 의존 경제의 자산 가격을 흔든다. 특히 한국처럼 대외 변수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더 치명적이다. 이날 반도체주 급락 역시 단순한 투자심리 악화가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가 실물산업의 밸류에이션에 즉시 반영된 결과다.

28일(현지 시간)솔트레이크시티 유타주 의사당 계단에서 ‘노 킹스’(No Kings) 시위 참가자들이 대형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 시위가 열렸다. 2026.03.29./뉴시스

'석기시대' 운운한 트럼프의 입, 글로벌 경제·안보 불확실성만 키워

이번 급락의 본질은 '전쟁 악재라는 한 줄로 정리되지 않는다. 전쟁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시장은 그 자체보다 전쟁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출구를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더 거칠고 더 자극적인 문장으로 공포를 재가동했다.

결국 이날 한국 금융시장을 무너뜨린 것은 이란만이 아니었다. 협상 기대를 흘려놓고, 대국민 연설에서는 군사 위협만 증폭시킨 트럼프의 정치적 언어였다. 외교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연설은 정반대였다. 전쟁은 끝낼 계획 없이 길게 끌고, 시장은 그때그때 흔들리게 두는 방식. 그것이야말로 지금 세계 경제가 감당해야 할 가장 위험한 리스크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메시지의 불일치가 가져오는 시장의 혼란이다. 전날까지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에 기대감을 심어주었던 대통령이 돌연 대대적인 타격을 예고하는 변덕스러운 행보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만 가중시켰다.

실질적인 협상 진전이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반복되는 강경 발언은 결국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전 세계 투자자들을 '트럼프의 입'에 저당 잡히게 만드는 무책임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남기창 책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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