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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동된 지명, 왜곡된 강역… 지나 중원의 가공된 장벽을 깨고 ‘역사의 주권’을 선언했으면...

역사는 시간의 기록인 동시에 공간의 증언이다. 그러나 그 공간을 가리키는 이름, 즉 지명(地名)이 권력의 비대화와 제국의 팽창에 따라 인위적으로 사상(寫像)되고 유랑했다면 우리는 그 공간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동된 지명, 왜곡된 강역… 지나 중원의 가공된 장벽을 깨고 ‘역사의 주권’을 선언했으면...

역사는 시간의 기록인 동시에 공간의 증언이다. 그러나 그 공간을 가리키는 이름, 즉 지명(地名)이 권력의 비대화와 제국의 팽창에 따라 인위적으로 사상(寫像)되고 유랑했다면 우리는 그 공간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오늘날 동북아시아 상고사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역사 왜곡의 본질은 다름 아닌 고대 지명의 의도적·체계적 동진(東進)과 그에 따른 강역의 사후 가공에 있다. 1945년 국토의 외형은 되찾았으되 대륙을 호령하던 선조들의 웅혼한 시공간은 여전히 반도라는 감옥에 유폐되어 있는 지금, 우리는 중원 왕조가 은폐하고 이동시킨 지명의 화석을 발굴하여 진정한 ‘역사 광복(歷史 光復)’을 선언해야 하는 엄숙한 시대적 사명 앞에 서 있다.

대륙의 영토 확장과 함께 유랑한 지명들

고대사에서 영토의 경계는 고정된 부동의 선이 아니었다. 제국이 세력을 넓히고 국경을 동쪽과 북쪽으로 밀어낼 때, 그들은 자신들이 본래 쓰던 핵심 지명과 방위 관념을 새로 개척한 변방의 영토에 그대로 투사했다. 역사지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지명이동(Toponymic Migration)’이다. 문제는 후대의 정형화된 제국 관찬 사서들이 이 가변적인 지명의 이동 궤적을 지워버리고, 마치 그 지명이 수천 년 전부터 하북성 북부나 요령성 일대에 고착되어 있었던 것처럼 지리적 사기를 감행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나(支那) 왕조의 가장 오래된 1차 원전 텍스트를 철저한 비평적 메스로 해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대의 왜곡된 지리 인식을 걷어내고 『상서(尙書)』 「우공(禹貢)」, 『여씨춘추(呂氏春秋)』, 『회남자(淮南子)』, 『주례(周禮)』 등 선진(先秦) 시기의 최고(最古) 사료들을 복원해 보면, 그들이 천하의 정북방과 동북방으로 규정했던 기주(冀州)와 유주(幽州)의 원초적 발원지는 지금의 만주나 요하가 아니라, 황하가 ‘ㄷ’자로 꺾여 도는

산서성(山西省) 남부(하동)와 그 북안인 하내(河內) 지역

이었다.

『상서』의 호구(壺口)와 담회(覃懷)가 그러하고, 『회남자』가 “유주(幽州)의 땅은 하동(河東)에 있다”고 직설한 고백이 그러하다. 중원 왕조의 원초적 국경선과 북방 대륙 세력과의 접경면은 황하 절곡부 내부의 좁은 분지와 산악 지대에 밀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당을 거치며 제국의 영토가 팽창하자, 이 시원적 공간의 이름들은 수천 리를 날아 북경 평원으로, 요서 대평원으로, 마침내 요동과 한반도 관문까지 밀려 내려와 정착했다. 지명의 이동을 강역의 원형으로 오인하게 만든 거대한 공간적 왜곡의 시작이었다.

만리장성의 가공된 연장과 사서의 전횡을 질타함

중국 사학계는 이러한 지명이동의 궤적을 악용하여, 후대에 조작된 행정 구역의 경계선을 고대 상고 시대의 도표 위에 강제로 덧씌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고구려의 국내성과 평양성을 가두기 위해 만리장성의 동단(東端)을 압록강을 넘어 황해도까지 연장하는 황당한 지리적 조작을 서슴지 않으며, 고대 조선의 서쪽 경계를 반도 안으로 밀어 넣기 위해 후대 한한(漢漢) 대의 지리적 전이를 고대의 섭리로 포장한다.

이는 사료에 대한 정직한 탐구가 아니라, 패권주의적 영토관을 과거에 투사하는 ‘역사적 제국주의’에 다름 아니다. 자신들의 조상이 남긴 1차 사료가 “기주와 유주의 뿌리가 하동과 하내에 있었다”고 명백히 증언하고 있음에도, 후대의 왜곡된 지리지를 전지전능한 잣대로 삼아 동북아 고대사 문명권의 독자성을 훼손하는 행태는 학문적 양심에 대한 모독이다. 중원 사서의 전횡에 가로막혀, 요서 지역의 하가점하층문화 등 독자적 대륙 문명을 일구었던 단군조선의 초기 서남쪽 접경은 오랫동안 지도 위에서 지워져야만 했다.

가공된 장벽을 깨고 대륙의 지명을 회복하라

우리가 지명의 왜곡과 전이를 준엄하게 질타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영토를 소유하겠다는 맹목적 국수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왜곡된 텍스트의 감옥에 갇힌 우리 고대사의 시간과 공간을 본연의 자리로 돌려놓는 ‘정신의 주권 회복’이다. 지명이 동북쪽으로 유랑했다는 사실의 증명은, 역설적으로 그 거대한 공간의 이동 경로마다 중원 세력의 동진을 막아 서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고대 조선이라는 강력한 대륙적 주체가 존재했음을 웅변하기 때문이다.

역사 광복은 식민사학이 그어놓은 반도사관의 휴전선과, 동북공정이 쌓아 올린 가공의 장벽을 학술적 실증으로 폭파하는 일이다. 조작된 지명의 장막을 걷어낼 때, 비로소 만주와 요서, 그리고 황하 북단을 무대로 중원과 대등하게 대치했던 단군조선의 당당한 지체(Identity)가 거대한 실체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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