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공 산후조리원 예약 순위’ 글 공유
글쓴이에 “좋은 지적 감사”…‘외국인 노동자’ 발언 이어 논란 가중
‘외국인 노동자’ 발언 논란 중에 또 ‘다문화 갈라치기’ 글 공유
말과 글로 연일 도마에 오르는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누가 하든 좋은 지적은 좋은 것
네 편 내 편 떠나 잘못 시정해야”
‘외국인 경제 큰 도움 안 돼’ 놓고
“내국인 노동자보다 그렇다는 것”
반박하며 언론에 정정·사과 요구
전문가들 “정당화 안 되는 발언”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공 산후조리원 이용 우대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글을 엑스에 공유하며 “다문화 가족들을 우대까지 할 필요성이 큰지 깊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 안 된다”고 말한 데 이어 연일 이주민을 내국인과 분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지금 민심 안 좋은 ‘국가유공자, 유가족들하고 동급인 다문화 산모 산후조리원 입실 순위’”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하며 “서울시 등 지방정부들이 다문화 가족을 우대하는 제도가 문제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문화 가족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을 넘어 우대까지 할 필요성이 큰지, 우대제도 폐지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지방정부와 협의는 물론 시행령 개정까지 포함해 깊이 검토해보겠다”며 해당 글 게시자에게 “좋은 지적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이 인용한 글에는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 예약 순위 중 2순위에 다문화 가족의 산모가 포함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쓴이는 “다문화 가족 산모가 왜 국가유공자, 다자녀 가정과 같은 순위인지 진짜 모르겠다”며 “쌍둥이(3순위)보다 순위가 왜 더 높은 건지”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강한 에펨코리아의 글을 인용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 잇단 이주민 언급
이 대통령은 이날 또 다른 엑스 글에서 “펨코 얘기는 지적으로 듣는데 여태 지켜준 지지자랑은 싸우나”라는 취지의 한 이용자 게시물을 공유한 뒤 “누가 하든 좋은 지적은 좋은 지적이며 고칠 건 고쳐야 하고, 네 편 내 편을 떠나 잘못은 시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지지율이 낮으니 포퓰리즘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며 “외국인과 한국인을 분리시키려는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서구의 극우 정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권수현 경상국립대 조교수는 “내국인과 다문화 가정·외국인을 갈라치기 하는 듯한 발언”이라며 “공공 산후조리원 부족의 책임을 쉽게 비난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돌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농어촌 인력 부족 문제를 거론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일을)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농촌에서 일하는 내국인에게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 월 500만원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언급하다 나온 발언이다.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은 오후 11시53분 엑스에 글을 올려 “일자리 문제 해결이나 소비 촉진, 내수 진작 등 경제 기여도를 고려할 때 국외 송금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국내 경제에 도움은 되나, 내국인 노동자보다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인건비 지원으로 내국인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도움이 안 된다’는 말과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크게’ 차이가 있다”며 관련 보도를 한 한겨레신문에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한겨레신문은 기사 제목을 “이 대통령, 외국인 노동자 국가 경제에 도움 안 돼”에서 ‘크게 도움 안 돼’로 수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글을 다시 올려 “기사 제목을 바꿨으면 왜 바꿨는지 밝히고 기사를 고칠 만큼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번 돈을 전부 다 본국에 송금한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외국인의 총소득 대비 국내외 송금액은 25.5%였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소비가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 유발 효과를 162조원으로 전망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전후 맥락을 고려해도 전혀 정당화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농촌의 일자리를 채워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기여한 그들의 노동 자체가 이미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라며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들은 소비를 완전히 빼놓고 봐도 농촌 경제를 유지하고 농업 생산물을 도시에 공급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나율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누군가에게 차별의 명분이 되고 일터의 모욕과 부당한 대우를 정당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은 이날 엑스에 “앞뒤 맥락을 자르고 외국인 혐오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적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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