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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으악!" 밟으면 하루 종일 찝찝…'냄새 폭탄' 범인 따로 있었다

청명하고 높은 하늘을 보며 도심을 걷다 보면 가을의 낭만이 깨지는 순간이 온다. 도로에 깔린 은행나무의 씨앗(종자)을 밟을 때다. 실수로 한 번이라도 밟으면, 현관의 신발에서 풍기는 악취가 집안에 퍼진다. 자동차라고 다를 게 없다.

"으악!" 밟으면 하루 종일 찝찝…'냄새 폭탄' 범인 따로 있었다

은행나무에 은행열매 악취를 줄이기 위한 수집망이 설치되어 있다. / 사진=뉴스1

청명하고 높은 하늘을 보며 도심을 걷다 보면 가을의 낭만이 깨지는 순간이 온다. 도로에 깔린 은행나무의 씨앗(종자)을 밟을 때다. 실수로 한 번이라도 밟으면, 현관의 신발에서 풍기는 악취가 집안에 퍼진다. 자동차라고 다를 게 없다. 타이어 사이에 낀 은행들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가득 메운다. 은행나무는 왜 가로수로 쓰였을까, 그리고 이제 은행나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도 과학기술이 해결하고 있다.

◇냄새의 원인은 ‘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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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가 처음부터 가로수로 쓰인 건 아니다. 1960년대 서울엔 플라타너스로 불리는 양버즘나무가 가로수로 인기였다. 하지만 넓게 뻗은 가지와 잎사귀가 신호등과 상가 간판을 가리면서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대안으로 주목받은 게 공해에 강하고 단풍이 아름다운 은행나무였다. 서울시는 1971년 은행나무를 서울의 상징 나무로 지정할 정도로 가로수로 인기를 끌었다. 오래 살고 거목으로 자라는 모습이 도시의 발전을 상징했다. 이런 분위기로 현재 서울시 가로수의 35%를 은행나무가 차지했다.

먹고살 만해지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 종자가 터지면서 생기는 악취다. 원인은 말랑한 겉껍질에 들어 있는 ‘뷰티르산’ 성분이다. 이 성분은 암나무에만 있다. 가로수를 은행나무가 차지했을 땐 암·수 구분이 어려웠다. 생식기관이 나타나 암수를 확인하기까지 통상 15~30년 걸린다.

문제를 해결한 곳은 국립산림과학원이다. 2011년 이런 문제를 해결할 DNA 성감별 기술을 개발했다. 손톱 크기의 잎에서 DNA를 추출한 뒤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수나무 특이 유전자(SCAR-GBM)를 증폭해 확인한다. 공통 표지와 수나무 특이 표지가 모두 검출되면 수나무, 공통 표지만 검출되면 암나무로 판별한다. 이 방법으로는 1년생 묘목도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

◇3일만에 암·수 구별 가능해져

검사법은 점차 발전하고 있다. 2023년 충북대 연구팀은 일정한 온도에서 DNA를 증폭한 뒤 색이나 형광 반응으로 암수를 구별하는 등온증폭법(LAMP)을 개발했다. 온도를 반복적으로 바꿔야 하는 기존 PCR보다 장비 구성을 단순화하고 판독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한 그루당 3만~4만원을 들이면 3일 만에 암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술은 이제 가로수 식재 절차에 들어와 있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암나무를 수나무로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나섰고, 택지개발로 새로 조성하는 도로에서도 가로수 계획에 은행나무가 포함돼 있으면 수나무를 심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은행나무 암그루는 2021년 2만8216그루에서 지난해 2만2982그루로 18.5% 줄었고, 대신 수나무는 7만5743그루에서 7만6416그루로 늘었다. 은행나무 수명이 1000년을 넘는 것을 고려하면, 고사 등으로 죽은 나무만 수나무로 대체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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