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윤은기 칼럼니스트] 2022년 1월 충남 서산의 공군기지 인근 상공을 가르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무게 10kg이 넘는 독수리 한 마리가 공기 흡입구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최악의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였다. 순식간에 기체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었다. 조종사는 랜딩기어(착륙 바퀴)조차 작동하지 않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빠졌다.
"나를 살릴 것인가, 나라를 살릴 것인가?"
전투기 조종사에게 이런 비상사태는 '생존'과 '책임' 사이의 잔인한 선택을 강요한다. 첫 번째 선택은 비상탈출(Ejection)이다. 조종석 사출 레버를 당기면 조종사는 무사히 탈출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다. 그러나 1,500억 원이 넘는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기체는 그대로 추락하여 파괴된다.
두 번째 선택은 동체착륙(Belly Landing)이다. 바퀴 없이 기체 밑바닥을 지면에 맞대며 미끄러지듯 착륙하는 방식이다. 기체가 지면과의 마찰열로 폭발할 위험이 크고 충격으로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최종 의사결정권은 조종사에게 있다. 당시 조종사였던 B 소령(현재 중령)은 빠른 속도로 선회하는 전투기 조종석에서 양자택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체착륙을 결심하고 땀에 젖은 손으로 조종간을 부여잡았다.
조종사의 결단 뒤에는 단순히 기체 가격보다 더 무거운 국방안보의 가치가 숨어 있었다. 만약 그가 비상탈출을 선택하고 기체를 인근 서해 바다로 향하게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서방 세계 최고의 군사 기밀이 집약된 F-35A의 스텔스 도료와 기술, 여러 정보가 저장된 핵심 부품들이 바닷속에 가라앉았을 것이다. 이를 탐내는 중국 등 주변국이 인양해 갈 경우,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진영 전체의 안보 네트워크가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B 소령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국가의 전략 자산과 정보 주권을 사수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거대한 쇳덩이를 바퀴도 없이 땅에 비비며 내려앉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그 공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하지만 B 소령은 침착하게 동체착륙에 성공했다. 바퀴 없이 활주로 끝까지 미끄러지면서 완벽하게 착륙하였다. 신기(神技)에 가까운 조종술이었다. 평소 갈고닦은 실력에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담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자신의 생명과 기체 그리고 국가의 자존심까지 모두 지켜냈다. 이것이 바로 '군인정신'의 실체다. 위기의 순간에 '나'보다 '우리'를, '내 생명'보다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살신성인, 위국헌신의 숭고한 책임감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개인의 생명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군인들은 그 평화로운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선(死線)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B 소령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조종사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자유와 평화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B 소령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사들 덕분이다. 얼마 전 공군 행사에서 B 중령을 만났다. 역시 늠름한 모습이다. 악수를 하며 전율을 느꼈다. 영공수호를 위해 목숨 걸고 조종간을 잡는 그 손이다.
우리는 국군 장병들이 흘리는 피와 땀이 헛되지 않도록 국군을 존중하고 응원해야 한다. 군인정신은 국민의 신뢰와 응원을 통해 더 강해진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윤은기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인하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차관급),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서울시공무원면책심의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 대한민국 백강포럼 회장, 백소회 회장,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장, 도산애기애타지도자아카데미 학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방송활동으로 KBS 제1라디오 ‘생방송 오늘’, EBS TV ‘직업의 세계’, MBN TV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등이 있다. 주요저서로는 <X경영(2025)>, <협업으로 창조하라(2015)>, <대한민국 국격을 생각한다(2010)>, <매력이 경쟁력이다(2009)>, <時테크 시간창조의 기술(1992)>, <정보학 특강(1987)> 등이 있다.
수상경력으로 ‘공군을 빛낸 인물(2015)’, ‘대한민국공군전우회 자랑스러운 공군인(2015)’, ‘제9회 한국HRD대상 CHO부문 대상(2011)’, ‘홍조근정훈장(2009)’, ‘산업교육대상 명강사부문(199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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