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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용화 칼럼] 인터넷 디지털 방송은 국민에게 무엇인가

미디어는 국민 대중의 일상생활과 삶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프로토콜 방송’(IPTV)은 흔히 미디어 산업의 주춧돌이라고 불리지만 IPTV에 대한 사회적 의미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유용화 칼럼] 인터넷 디지털 방송은 국민에게 무엇인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비공개 당정 정책 간담회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2일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는 국민 대중의 일상생활과 삶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프로토콜 방송’(IPTV)은 흔히 미디어 산업의 주춧돌이라고 불리지만 IPTV에 대한 사회적 의미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국제전기통신연맹(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ITU)은 IPTV를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ITU에서는 IPTV를 ‘인터넷 프로토콜(IP)에 기반을 둔 망을 통해 중계되는 TV,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 영상, 데이터와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또 ‘필요한 수준의 품질과 보안, 쌍방향성, 그리고 신뢰도를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인터넷 프로토콜과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디지털화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세계에 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은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전 세계 대중과 소통하고 정치적·사회문화적 공유성을 제공하고 있다. IP는 탈국가, 탈영역이라는 현재적 미래 지향성을 의미한다. 미디어 과학기술의 발달은 대중의 삶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고, 포스트모던의 문명사적 함의도 내포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세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날로그에서는 별개의 영역으로 존재해 왔던 미디어와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형태로 디지털 세계에서 구현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선진 기술의 상용화와 탈근대적 성격을 지닌 IPTV에 대해서도 국내 일각에서는 아직 철 지난 정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대기업 통신사들이 대거 투자해 설립한 IPTV를 마치 대기업의 이익 창구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IPTV를 여전히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의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IPTV를 지원하기보다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IPTV는 기존 미디어 생태계의 판도를 바꾼 혁신적인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다. 특히 소비자들을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시청 환경에서 쌍방향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으로 전환시켰다.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이용자 주권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수백 개의 실시간 채널과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통해 독립 영화와 저예산 영화는 물론 상업 영화, 드라마, 교양, 예능 등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 볼 수 있게 됐다. 다시보기와 모바일 연동 등을 통해 VOD 문화를 대중화한 것도 IPTV의 중요한 성과다.

◇ 민주화 토양 만든 IPTV, 사양산업化

이 같은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권력적이고 일방적인 정치 문화에서 벗어나 정치·사회 민주화의 문화적 토양을 만드는 데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시청 이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타깃 광고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홀드백 정책의 미비와 국내 영화 산업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IPTV의 VOD 서비스가 점차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에서 2000년대 초부터 IPTV가 보편화돼 왔다. 도이치텔레콤 등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통신사가 미디어 산업에 투자해 유료 방송사인 IPTV 방송사를 설립하고 유료 가입자들에게 스포츠와 예능, 교양, 드라마, 영화 등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IPTV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이며 그 영향력도 막대하다. 중국 IPTV는 31개 성과 시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하이미디어그룹(SMG) 산하 BesTV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뉴스와 드라마,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으며 중국 전역 국민들이 이를 시청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광고와 커머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BesTV는 중국 광전총국으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한국처럼 경쟁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중국은 한국과 달리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넷플릭스와 디즈니+, 쿠팡플레이, 유튜브 등과의 생존 경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는 국가사회주의 체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규제 적은 OTT에 국내 미디어 시장 주도권 뺏겨

한국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이 2007년 12월 제정된 이후 2009년 1월부터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개 통신 사업자가 본격적으로 IP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IPTV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가입자 수는 약 2141만명에 달해 국내 최대 유료 방송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요금과 신규 서비스 출시 등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OTT에 국내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이른바 ‘코드 커팅’(Code Cutting)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입자 증가세도 둔화되고 정체 국면에 접어든 실정이다.

또 콘텐츠 경쟁력에서도 다소 뒤처져 있다. 글로벌 OTT에 주도권을 내준 배경에는 국가의 관행적인 규제로 인해 사업자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IPTV 사업자들 역시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수익성이 크지 않은 ‘계륵’ 같은 사업이라는 인식 아래 현상 유지에 머물려는 시각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IPTV 비즈니스의 성공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수백 개 채널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공할 것인지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IPTV는 국민 국가 체제에 기반한 근대 사회에서 나타난 일방향적이고 권력적인 문화에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정치·사회적 민주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지 중심의 IPTV 방송은 문자 중심의 계몽주의적 근대를 넘어 다중(多衆·multitude)의 문화적 주체화라는 ‘근대 이후’(Post Modern)를 예기한다. 이 같은 문명사적 함의를 지닌 IPTV를 비대칭적인 시장 환경에 그대로 방치하는 오류를 국가는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률과 제도를 개선해 국민 삶의 자유로운 공간을 넓히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수준까지 이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와 의문이 든다. 지난 십수 년 동안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질적인 변화 없이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IPTV는 이제 단순한 유료 방송 플랫폼이 아니다. 국민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글로벌 OTT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콘텐츠 투자와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IPTV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유용화 한국 IPTV방송협회 회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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