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의 두 얼굴, 생존형과 성장형 [돈 되는 공시 읽기]
2026.06.14 13:53
2026.06.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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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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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는 상장사가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주주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닌 경우도 있다.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서다. 같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인지, 과거의 부채를 정리하는 용도인지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상장사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알리는 공시는 크게 두 종류다.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 결정)’와 ‘증권신고서(지분증권)’다.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발행 신주 수와 예정 발행가액, 자금 조달 목적, 청약 일정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왜 유상증자를 선택했는지, 조달 자금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지는 증권신고서에 더 상세히 담긴다. 특히 증권신고서의 ‘제1부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사항’ 중 ‘Ⅴ. 자금의 사용 목적’은 기업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유상증자 목적이 성장을 위한 투자인지, 유동성 확보인지에 따라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생산능력 확대, 신사업 진출, 전략적 투자 등 성장 목적의 유상증자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올해 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SKC는 1차 증권신고서 기준으로 1조6억원을 조달해 이 가운데 5896억원을 반도체 글라스기판 사업 투자사인 앱솔릭스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며 최종 발행가액이 높아져 실제 조달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커졌다.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 청약 경쟁률은 113.01 대 1을 기록하며 초과 수요를 보였다.
반면 빚을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유상증자에는 시장 반응이 보통 부정적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2조3976억원을 조달해 그중 62%인 1조4899억원을 부채 상환에 쓴다는 게 원안이었다. 한화솔루션은 나머지 9077억원을 태양광 고출력 기술 전환을 위한 시설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시장은 이보다 부채 상환 문제에 더 크게 반응했다.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화솔루션은 채무상환자금 규모를 1조4899억원에서 9067억원, 이어 8016억원으로 줄였다. 또 그간 주가 하락을 반영해 발행가액을 낮추면서 규모가 더 작아졌다. 지난 12일 공시된 1차 발행가액(2만7900원)을 기준으로 한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1조4787억원, 채무상환자금은 5710억원이다.
유상증자를 놓고 주주는 손익계산을 하게 된다.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하면 신주가 추가돼 전체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는 보유 지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유상증자 청약을 해야 하는데, 자금을 투입한 후에도 회사 체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하면 향후 주가가 떨어질 수 있어 청약할 유인이 약해진다.
금융당국의 잣대가 깐깐해진 점도 변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건수는 40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건수인 43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투자자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도 규모, 자금 사용 계획 등이 바뀔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이 유상증자 외에 재무구조 개선안을 검토했는지가 금융당국의 심사 과정에서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계획뿐 아니라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 등 회사가 추가로 활용할 수단이 있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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