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 있는 아시쿠라치오니 제네랄리(Assicurazioni Generali) 본사. [출처=WSJ]
유럽 보험사들이 미국에서 확산되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 불안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조적인 위험 회피 성향과 엄격한 자본 규제가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험사 제너럴리의 줄리오 테르자리올 부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과거 금융위기 수준의 경보로 볼 필요는 없다"며 유럽 보험업계의 건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보험사들이 미국 대비 위험 노출이 낮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이 비상장 기업 등에 대출을 제공하는 형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월가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리컬러 홀딩스의 파산 이후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고,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의 신용 위험이 부각되면서 불안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 규제당국도 사모대출과 보험업의 결합 구조를 주시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대체자산 운용사들이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보험료를 사모대출에 투자하는 구조가 확산되면서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보험 자회사 아테네를 통해 이 같은 모델을 선도해왔다.
다만 테르자리올 부대표는 현재의 위험 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에는 부실 담보부채권(CDO)이 은행 시스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지만, 현재 사모대출은 주로 자산운용사와 일부 보험사에 분산돼 있어 유동성 구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시장은 전반적으로 유럽보다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 노출이 더 큰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보험사들은 지급여력 규제인 솔벤시Ⅱ(솔벤시 투) 체계에 따라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들이 부채에 대비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위기 상황에서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일각에서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과 고금리 장기화가 맞물릴 경우 채무불이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제너럴리는 현재 사모대출 부실률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너럴리는 최근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손해보험과 수수료 기반 자산운용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생명보험 부문은 유니트링크·보장성·건강보험 등 자본 부담이 낮은 상품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보증형 상품 비중이 높은 미국과 달리 유럽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재무 부담이 적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해 미국 직접대출 전문 운용사 엠지지 인베스트먼트 그룹 지분을 인수하며 사모대출 투자 역량도 강화했다.
현재 제너럴리의 사모대출 익스포저는 약 200억 유로(약 235억 달러)로 전체 자산의 5.5% 수준이다. 포트폴리오는 회수 가능성이 높은 자산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방어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테르자리올 부대표는 "평균 대출 규모를 약 400만 유로로 제한하고, 부도율이 낮은 중대형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모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하려면 상당한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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