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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근배 서울대 명예교수 "AI시대, 답보다 판단하는 힘 길러야"

“AI는 답을 줍니다. 그렇지만 답을 평가하는 능력은 사람이 길러야 합니다.”

유근배 서울대 명예교수 "AI시대, 답보다 판단하는 힘 길러야"

양구군 인문학박물관서 인문대학 세 번째 특강

“수학은 사고, 인문학은 의미의 근육 기르는 학문”

▲ 양구군 인문학박물관이 20일 세미나실에서 인문대학 3강 ‘AI시대의 인문학’을 진행한 가운데 유근배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AI는 답을 줍니다. 그렇지만 답을 평가하는 능력은 사람이 길러야 합니다.”

양구 출신 유근배 서울대 명예교수가 20일 양구군 인문학박물관에서 ‘AI시대 인문학-뭣이 중한디?’를 주제로 인문대학 세 번째 특강을 했다. 이날 강연에는 김왕규 양구군수 당선자, 한수철 양구군수직 인수위원장,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회장, 주원섭 양구외고 교장과 주민, 학생 등이 참석했다.

유 교수의 강연은 AI 기술의 확산보다 ‘사람이 무엇을 판단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 챗GPT 등을 예로 들며 AI가 이미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한 장으로 꽃 이름과 약 정보를 알 수 있고, 외국 대학 강의도 동시통역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를 “지식의 민주화”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강연의 무게는 기술의 편리함보다 한계에 실렸다. 그는 “AI는 계산하고 비교하고 분류하고 예측할 수는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했다. AI가 그럴듯한 답을 내놓을 수는 있어도 그 답이 옳은지, 사회에 유용한지, 책임질 수 있는지는 인간이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AI시대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서 찾았다. 그는 “AI가 여러 문제를 일으키면서 결국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인간, 성숙한 시민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역사는 사회 변화를 살피며, 철학은 의미와 옳고 그름을 묻는 학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강연의 핵심어는 ‘의미’와 ‘생각’이었다. 유 교수는 “생각이라는 말은 깊이가 다르다”며 단순한 정보 처리와 인간의 판단을 구분했다. AI가 얕은 수준의 사고를 대신할수록 사람은 오히려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학은 사고의 근육을, 법학은 판단의 근육을, 인문학은 의미의 근육을 기르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인문학을 거창한 이론으로만 보지 말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유 교수는 ‘천근의 인문학’을 제시하며 낮고 가까운 곳에서 인간됨을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일상의 실천이 AI시대에도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취지다.

AI 활용에 대한 입장은 분명했다. 그는 AI를 피할 대상이 아니라 잘 써야 할 도구로 봤다. 정년퇴임 이후 챗GPT와 제미나이를 연구 조교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경험도 소개했다. 다만 “칼은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며 “AI의 문제와 유용성은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교육에 대한 메시지도 강했다. 유 교수는 축구와 수학을 비교하며 “축구는 책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고 했다. 수학도 공식 암기가 아니라 문제와 씨름하며 사고의 근육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번역, 음악, 체육, 글쓰기 역시 AI가 보조할 수는 있어도 사람의 훈련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질의응답에서는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유 교수는 “현재 AI는 감정이 없다”며 “사람도 감정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감정을 설계해 AI에 넣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AI시대의 핵심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 판단, 책임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한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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