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락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시세가 표시돼 있다. 한수빈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이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미국의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9일 국내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고, 코스피도 전날 상승분을 대거 반납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7.9원 오른 1501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주간거래 종가가 1500원을 넘긴 것은 2009년 3월10일(1511.5원) 이후 처음이다. 달러 강세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0을 다시 넘어서며 환율을 끌어올렸다.
환율이 전장보다 21.9원 급등한 1505원에 거래를 시작하자 외환당국은 “원화 흐름이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과도하게 괴리되는 경우 적기 대응하겠다”며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원화 약세를 막진 못했다. 일본 엔·달러 환율도 장중 159.89엔까지 오르며 160엔에 근접했다.
반도체 훈풍에 전날 5900선을 넘긴 코스피도 이날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61.81포인트(2.73%) 내린 5763.22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3.84%), 현대차(-4.22%)를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전날 6거래일 만에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견인했던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동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8820억원어치, 기관은 6663억원어치 ‘팔자’에 나섰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하며 국내 금융시장은 ‘트리플(주식·통화·채권) 약세’를 보였다.
트리플 약세는 중동 사태가 악화되며 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4% 넘게 올라 배럴당 110달러도 웃돌았다.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코스피(-2.73%)와 일본 닛케이225지수(-3.38%) 낙폭이 컸다. 한국과 일본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미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된 것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해온 금융시장에 악재가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했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혀 인하 기대감이 더욱 후퇴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같은날 발표된 미국 2월 생산자물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불안 심리가 확산됐다.
삼성전자의 경쟁사 마이크론이 호실적에도 장 마감 이후 급락세를 보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됐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다시 한번 유가가 요동치면 그때 사용하게 될 카드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다”며 “전쟁은 종료 시점을 예상할 수 없고 이미 에너지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한동안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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