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10년 만의 ‘귀향’…전남은 외면했다
위안부 피해자 실화 모티브 영화 재개봉…전남 상영관 없어
광주도 2곳서 하루 1회뿐…“역사·인권 작품 관람 기회 늘려야”
2026년 08월 26일(수) 20:40
조정래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린 호소문. <SNS 캡처>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귀향’이 10년 만에 재개봉했지만, 전남 지역에서는 상영관을 단 한 곳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지역에서도 단 2곳, 하루 1차례 상영에 그치는 등 전남광주 지역민들이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광주 각 영화관들이 상업 영화를 상영하는 데 몰두하느라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가진 영화 작품을 외면하고 조기 종영 위기까지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개봉한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는 전남광주지역에서 CGV 광주용봉과 롯데시네마 광주(백화점) 등 2곳에서만 상영된다.
두 영화관 모두 하루 1차례만 상영하며, 이날까지 개봉 이튿날인 27일까지만 상영 일정이 잡혀 있다.
전남 지역에서는 ‘귀향’의 상영관이 단 한 곳도 없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물론이고, 작은영화관이 운영되는 무안·고흥·영광·보성·곡성·해남·영암·담양·화순·장흥·강진·완도 등에서도 상영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는 지난 2016년 2월 개봉한 영화 ‘귀향’의 개봉 10주년을 맞아 감독판으로 재개봉한 작품이다.
1943년 15살의 나이에 중국 지린성 지역으로 강제동원돼 일본군 성노예 ‘위안부’ 피해를 입은 고(故) 강일출 할머니의 경험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강 할머니는 해방 뒤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1999년 귀국했다. 강 할머니는 도쿄 여성국제전범법정을 비롯해 일본, 미국 각지에서 일제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증언 활동을 했다. 강 할머니는 지난 3월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끝내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영화 ‘귀향’은 개봉 당시 3주 동안 예매율 1위와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358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영화가 제작된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각본이 완성된 2002년 이후 제작비 부족으로 제작되지 못하다가, 전국 크라우드 펀딩에 7만5000여명이 참여하면서 14년 만인 2016년 영화로 제작됐다. 조정래 감독은 나눔의집을 방문했다가 강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본 뒤 이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 포스터.
<커넥트픽처스 제공>
재개봉을 앞두고도 관심이 이어졌다. 제작사 커넥트픽처스가 상영회 등을 위해 진행한 후원금 모금에는 목표액인 3000만원의 300%를 웃도는 1억3000여만원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 계정에 “10년 전 수많은 관객의 가슴을 울렸던 ‘귀향’이 다시 우리 곁을 찾는다”며 “역사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그 증언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분이 함께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재개봉을 했지만, 정작 극장 확보에 애를 먹으면서 재개봉 의미까지 퇴색하는 상황이다. 커넥트픽처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의 전체 411개 극장 가운데 ‘귀향’을 상영하는 극장은 37곳으로 전체의 9.0%에 그쳤다.
영화 관계자들은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작품에 관객이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극장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지 않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조정래 감독은 “주요 영화관 등에 재검토를 호소했는데도 변화가 없어 참담하다”며 “상영 자체를 하지 않는가 하면, 대부분 조조·심야시간대에 편성돼 있는 식이다. 전남광주에서는 지난 6월 첫 상영회를 열기도 했는데, 공정한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흥행이 안 됐다는 이유로 조기 종영될까 봐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남기웅 커넥트픽처스 대표는 “올해 강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등 피해자 할머니도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며 “이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도록 재개봉했는데 상영관이 너무 적게 배정돼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나눔의집 등 국내외 6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인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귀향’은 피해자들이 겪었던 참혹한 역사를 문화적 언어로 알리고 기억하게 한 기록”이라며 “역사·인권·사회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 시민들과 만날 수 있도록 충분한 관람의 기회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윤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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