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k’도 대체자산 편입토록 규정안 마련
‘세이프 하버’ 요건 적용해 소송 위험 낮춰
WSJ “부적절한 시점에 월가 로비의 승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최근 미국 사모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한 관련 펀드 투자 문턱을 낮췄다. 사모대출 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유지하려는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이날 ‘401k’와 같은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사업자가 사모대출 펀드 등 대체자산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규정안은 특히 퇴직연금 수탁자가 투자 상품을 선택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세이프 하버’ 요건을 명시했다. 퇴직연금 수탁자는 펀드 성과, 유동성, 비용, 환매 대응 능력, 자산 평가 방식, 상품 구조의 복잡성 등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세이프 하버를 적용받을 수 있다.
대체자산이란 주식이나 채권 등이 아닌 사모펀드, 사모대출, 부동산, 인프라 등 비(非)전통적 투자자산을 뜻한다. 유동성이 적고 투명성이 떨어져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현재 미국은 401k와 같은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대체자산 투자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간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운용사들이 퇴직연금용 상품을 출시하기를 꺼려했다. 세이프 하버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법적 책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소송 위험을 줄이고 법적 불확실성을 낮출 수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체자산의 민주화’ 방침을 내걸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대체자산 투자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일부라도 사모대출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이는 단기적으로 위기를 늦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모대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장벽을 높인 은행을 대신해 16년간 급성장했다가 최근 대규모 환매 위기를 맞았다. 신용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받은 기업들의 잇딴 도산과 인공지능(AI)의 투자 업종 대체 위협 고조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탓이다. 시장 규모를 키울 목적으로 무리하게 끌어들인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이제 블랙스톤·블루아울·아레스매니지먼트·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 상품에서 앞다퉈 발을 뺄 채비를 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은 14조 2000억 달러(약 2경 1500조 원)에 달한다.
401k 산업을 대표하는 미국은퇴협회(AEA)의 브라이언 그래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규정안은 401k의 사모대출, 가상화폐 투자를 기존 주식·채권과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의도됐다”고 진단했다. WSJ은 “이번 규정안은 고비용 대체투자 상품을 퇴직연금 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로비를 벌인 월가 금융사들의 승리”라며 “일부 사모대출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 규정안 발표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