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앤스로픽이 역대 최강 AI 모델을 개발하고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수십 년간 발견되지 않은 제로데이 취약점 수천 건을 자율 탐지하는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를 일반에 공개하는 대신 12개 런치 파트너 기관과 40개 이상의 추가 기관에만 접근권을 부여하는 사이버 보안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출범시켰다. 강력한 취약점 탐지 능력이 악의적 공격자의 손에 넘어가기 전에 방어자들이 먼저 시스템을 보완할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술·금융·오픈소스 기관과 폐쇄적 방어 동맹으로 평가된다.
◆미토스, 27년 된 OpenBSD 버그부터 FreeBSD 원격 장악까지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는 앤스로픽이 개발한 최신 프런티어 모델로, 클로드 오푸스 4.6(Claude Opus 4.6)을 포함한 기존 헤이쿠(Haiku), 소넷(Sonnet), 오푸스(Opus) 계열 모델보다 한 단계 위에 위치하는 최상위 모델이다.
앤스로픽은 미토스를 사이버 보안 전용으로 학습시키지 않았지만, 코딩과 자율 추론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결과 공격적 취약점 탐지 역량이 부수적으로 발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토스의 사이버 역량이 현재 상용화된 AI 모델 가운데 타 모델을 압도하는 수준이며, 향후 유사 역량을 가진 모델들이 쏟아질 것을 예고한다고 평가했다.
미토스가 지난 몇 주의 테스트 기간 동안 발굴한 제로데이 취약점은 수천 건에 달하며, 상당수가 치명적 등급으로 분류됐다. 탐지 범위는 모든 주요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를 망라한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강력한 보안성으로 정평이 난 OpenBSD 운영체제에서 발견된 27년 된 버그다. 이 취약점은 인터넷 어디에서도 단순히 접속하는 것만으로 해당 운영체제를 실행 중인 모든 서버를 원격으로 충돌시킬 수 있는 결함이며, 현재는 패치가 완료됐다.
영상 소프트웨어 FFmpeg에서 발굴된 16년 된 취약점은 기존 자동화 테스트 도구의 500만 번에 달하는 시도에서도 탐지되지 않았던 코드 라인의 결함이었다.
리눅스 커널에서는 미토스가 여러 취약점을 자율적으로 찾아 연결해 일반 사용자 권한에서 시스템 완전 장악으로 이어지는 공격 체인을 스스로 구성했다.
FreeBSD NFS 서버에서는 17년 된 취약점(CVE-2026-4747)과 관련해 20개의 가젯으로 구성된 ROP 체인을 여러 패킷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미인증 원격 사용자가 루트 권한을 획득하는 원격 코드 실행(RCE) 익스플로잇을 자율 작성하기도 했다.
앤스로픽은 보안 훈련을 받지 않은 자사 엔지니어가 미토스에게 원격 코드 실행 취약점을 요청한 뒤 다음 날 아침 완성된 익스플로잇을 받아보는 것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역량을 뒷받침하는 것은 앤스로픽이 설계한 에이전트형 스캐폴드 환경이다. 미토스는 외부 인터넷과 격리된 컨테이너 안에서 대상 코드베이스를 분석하고,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 파일에 우선순위를 매긴 뒤 코드를 읽으며 잠재적 결함을 가설화한다.
이후 디버거를 사용하거나 직접 테스트 케이스를 작성해 가설을 자율적으로 검증하며, 발견된 버그가 단순한 이론적 결함인지 실제 익스플로잇이 가능한 고위험 취약점인지를 별도의 미토스 에이전트가 재확인하는 이중 검증 구조도 갖췄다.
앤스로픽은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 보안국(CISA)과 AI 표준혁신센터(CAISI) 등 연방 정부 고위직들에게 미토스의 역량과 잠재적 위험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미토스와 유사한 역량을 가진 AI 모델이 오픈웨이트 형태로 출시되거나 국가 지원 세력에게 확산되기 전 방어 시스템을 경화시킬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이니셔티브의 핵심 목표다.
뉴턴 청 앤스로픽 프런티어 레드팀 사이버 책임자는 "사이버 보안은 AI의 광범위한 능력 향상이 잠재적 위험을 수반하는 분야이며,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스 코드 연이어 유출에 50개 하위 명령 결함까지…시장은 보안주 일제 급락
미토스의 존재는 공식 발표 약 2주 전인 3월 말 먼저 세상에 드러났다.
앤스로픽이 AI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잘못 설정하면서 약 3000개 파일이 공개 접근 가능한 데이터 캐시에 노출됐다. 이를 통해 미토스 정보가 공개됐고, 앤스로픽은 이를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라고 인정했다.
며칠 후에는 두 번째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클로드 코드 배포 과정의 실수로 약 1900개의 타입스크립트 파일과 51만줄 이상의 소스 코드가 npm 레지스트리에 약 3시간 동안 공개됐다.
유출된 코드를 분석한 보안회사 아드베르사는 클로드 코드가 명령어에 50개 이상의 하위 명령이 포함될 경우 시스템 부하 절감을 위해 거부 규칙 점검을 생략하는 취약점을 발견했다. 앤스로픽은 '속도를 위해 안전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즉각적으로 클로드 코드 버전 2.1.90을 출시해 해당 결함을 수정했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에는 12개 런치 파트너 기관이 참여하며, 이와 별도로 40개 이상의 추가 기관이 미토스 프리뷰에 접근할 수 있어 총 참여 기관은 50개를 웃돈다.
런치 파트너는 아마존웹서비스, 애플, 브로드컴, 시스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구글, JP모건체이스, 리눅스재단,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팔로알토네트웍스, 앤스로픽이다.
앤스로픽은 해당 이니셔티브를 위해 최대 1억달러(약 1515억원) 상당의 사용 크레딧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도를 초과하면 파트너사들이 비용을 부담한다. 오픈소스 보안 단체에는 400만달러(약 60억6000만원)를 직접 기부한다.
미토스 공개 직후 글로벌 사이버 보안 주식 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을 받았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네트웍스, 지스케일러, 센티넬원, 옥타, 넷스코프, 테너블 등 주요 보안 기업의 주가가 5~11% 일제히 하락했다. AI가 인간 보안 전문가를 대체하면 기존 보안 솔루션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미토스급 모델을 구동할 거대 연산 자원을 보유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는 인프라 투자를 늘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취약점이 발견되고 악용되기까지의 시간이 AI로 인해 몇 달에서 몇 분으로 단축됐다"며, 미토스 프리뷰를 통해 방어자들이 이런 역량을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앤스로픽은 미토스와 유사한 역량의 모델이 적대 세력에게 확산되기 전 기업들이 시스템의 메모리 안전성을 강화하고 AI 기반 자동화 패치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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