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익 스마일게이트 이사 [출처=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가 MMORPG의 고질적인 ‘숙제 피로’를 덜어낸 신작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장시간 접속과 정해진 시간에 맞춘 콘텐츠 참여, 강제적인 이용자 간 전투(PvP) 부담은 낮추되 성장과 경쟁의 재미는 유지한 ‘가벼운 MMORPG’를 앞세운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엔픽셀이 개발한 신작 MMORPG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을 오는 9월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공식 홈페이지와 라이브 쇼케이스를 통해 게임 정보와 사전등록을 공개하며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공식 홈페이지도 이클립스를 ‘부담 없는 MMORPG’로 소개하고 있다.
이클립스가 내세운 핵심 방향성은 ‘MMOLite’다. MMORPG가 제공하는 캐릭터 성장과 대규모 전투, 이용자 간 협력·경쟁의 깊이는 유지하면서 접속과 과금,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줄였다는 의미다.
이상문 엔픽셀 총괄 PD는 “특정 게임과의 차별화보다 MMORPG를 즐기면서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느껴온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MMOLite는 MMORPG 본연의 성장과 전투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접속·과금·경쟁의 부담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접속하지 않아도 성장…‘성소’로 숙제 부담 낮춰
이클립스의 세계관은 신의 축복으로 완전해 보였던 세계 ‘에데리온’을 배경으로 한다. 사제 ‘세라하’는 감춰진 진실을 의심하며 성역으로 향하지만 모든 것을 잃고, 세계의 이면인 ‘오르테아’에 도달한다. 이후 신이 정한 뜻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세계의 진실을 마주하는 여정이 펼쳐진다.
게임의 대표적인 차별화 시스템은 ‘성소’다.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시간에도 소환권과 경험치, 성장 재화 등 주요 자원이 자동으로 생산되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누적된 보상은 게임에 다시 접속했을 때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기존 MMORPG에서 이용자 간 격차를 만드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접속시간을 줄이고, 짧게 접속해도 일정 수준의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성소 자체도 하나의 성장 콘텐츠로 구성했다. 이용자는 ‘성좌’를 성장시키고 ‘성물’과 ‘성위’를 강화해 자원 생산 효율과 전투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성물의 성장 단계가 올라갈수록 핵심 성장 재화의 생산 시간이 줄어든다. 성위를 강화하면 공격력과 방어력, 명중 등 전투 능력치가 높아진다. 단순히 오프라인 보상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능력과 전투력을 이용자가 직접 설계하도록 한 셈이다.
24시간 무접속 인공지능(AI) 플레이도 지원한다. 이용자는 접속을 종료하기 전에 성장 계획을 설정하고, 게임에 들어오지 못하는 시간에도 캐릭터 육성을 이어갈 수 있다.
정해진 시간 대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보상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성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이클립스 타임’도 도입한다.
이클립스 타임을 활성화하면 핵심 성장 아이템을 평소보다 높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열리는 콘텐츠나 보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정을 게임에 맞춰야 했던 기존 MMORPG의 시간 제약을 완화하는 시스템이다.
개발진은 이용자가 게임이 정한 시간표를 따라가는 대신 자신의 일정과 플레이 성향에 맞춰 성장 구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시간에 접속해야 하는 게임’보다 ‘원하는 시간에 성장하는 게임’을 지향한 것이다.
이는 MMORPG 이용자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피로도 문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MMORPG는 매일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와 던전, 정해진 시간에 등장하는 보스와 길드 콘텐츠가 이용자 체류를 늘리는 주요 장치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게임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일일 과제도 함께 늘어났다. 이클립스는 콘텐츠 양을 줄이는 대신 이용자가 접속 시간과 성장 속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장기적인 이용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왼쪽부터) 크래프톤의 김동혁 총괄 AD, 이상문 총괄 PD, 신재익 이사 [출처= 스마일게이트]
PvP도 선택…10분 안팎 RvR로 전투 부담 줄여
경쟁 콘텐츠에도 선택권을 적용했다. 대부분의 일반 지역은 다른 이용자의 공격을 받지 않는 안전 지역으로 구성한다. PvP를 선호하지 않는 이용자는 이용자 간 공격(PK) 부담 없이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더 높은 보상과 빠른 성장을 원하는 이용자는 PvP 지역에 진입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이용자에게 추가 보상을 제공하되 경쟁 콘텐츠 참여 자체를 강제하지 않는 구조다.
세력 간 전투(RvR) 콘텐츠인 ‘하이리버 전장’도 기존 MMORPG의 긴 대기와 장시간 전투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이용자는 매칭 직후 전장에 참여하고 약 10분 동안 전투를 펼친다. 사망에 따른 별도 손실 없이 계속 부활할 수 있어 장비 손실이나 캐릭터 성장 후퇴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이용자도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전투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버 간 경쟁 콘텐츠도 마련됐다. 서버 내부 선발전을 통과한 대표 길드는 다른 서버의 대표 길드와 대결한다. 결과에 따른 혜택은 참가 길드에만 돌아가지 않고 서버 전체에 버프로 제공된다.
길드의 경쟁 성과를 서버 전체 이용자가 공유하도록 설계해 상위 이용자 중심의 경쟁 콘텐츠와 일반 이용자의 성장을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같은 직업도 무기·스킬 조합 따라 달라진다
출시 시점에는 파이터와 레인저, 소서리스, 어쌔신 등 4개 클래스를 제공한다. 각 클래스는 두 가지 무기 유형을 선택할 수 있어 같은 클래스를 육성하더라도 무기에 따라 서로 다른 전투 방식과 역할을 활용할 수 있다.
두 개의 스킬을 결합해 새로운 효과를 만드는 ‘스킬 융합’ 시스템도 적용한다. 이용자가 어떤 스킬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공격 방식과 전투 효율이 달라지는 구조다.
성장 과정에서는 별도의 ‘권능 스킬’을 획득할 수 있다. 클래스와 무기, 스킬 융합, 권능 스킬을 조합해 정형화된 하나의 성장 공식이 아닌 이용자별 전투 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자동 성장과 편의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이용자의 선택이 전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요소는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MMOLite’, 침체한 MMORPG 시장 해법 될까
이클립스의 성패는 MMORPG 이용자들이 느끼는 부담을 실제로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무접속 성장과 짧은 전장, 선택형 PvP는 이용시간이 부족한 직장인과 MMORPG 복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자동 성장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직접 플레이하는 재미가 약해지고, 과금에 따라 성소의 생산 효율이나 AI 플레이 성과가 크게 벌어질 경우 ‘부담 완화’라는 방향성이 퇴색할 가능성도 있다.
스마일게이트와 엔픽셀도 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용자 우려를 의식하고 있다.
이 PD는 “새로운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되거나 긴 접속을 강요하는 방향보다 언제 접속하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성장과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이용자들과 더 가깝고 자주 만날 수 있는 소통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익 스마일게이트 이사는 “이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고 향후 업데이트와 콘텐츠 개발에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며 “비즈니스 모델도 이용자가 구매한 만큼의 가치와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국내 MMORPG 시장은 장시간 플레이와 경쟁, 반복적인 일일 과제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이다. 이클립스는 기존 MMORPG의 핵심 재미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부담을 줄이는 전략으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MMOLite’가 단순한 마케팅 문구에 그칠지, MMORPG 시장의 새로운 이용 방식을 제시할지는 오는 9월 정식 서비스 이후 이용자들의 평가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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