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갈등 계기로 구조 개편 속도… 법제화 통해 글로벌 수주 경쟁력 강화
정부가 해외 원전 수출의 ‘컨트롤타워’를 단일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그동안 이원화돼 있던 수출 체계를 정리해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원전수출진흥법(가칭)’ 제정을 추진하며, 수출 주도 기관을 한국전력공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설계·운영 역량을, 한전이 사업 총괄 역할을 맡는 구조지만, 법적 근거 없이 역할이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제도 개편의 배경에는 해외 사업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다. 한국이 처음으로 수주한 해외 원전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공사 지연으로 대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발주처 대응과 비용 분담을 둘러싼 한전과 한수원 간 이견이 표면화됐다.
정부는 이러한 ‘이중 구조’가 의사결정 지연과 책임 소재 불명확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수출 전 과정을 총괄하는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한전은 사업 발굴부터 협상, 입찰, 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총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다만 실행 단계에서는 한수원을 공동 주계약자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설계·운영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계약 구조를 명확히 해 향후 비용 분쟁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법 제정을 통해 단순한 구조 개편을 넘어 원전 수출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정보 시스템 구축, 금융 지원 확대, 전용 기금 조성 등이 포함될 전망이며,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글로벌 인증 확보 지원 등도 병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두고 “글로벌 원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원전 시장은 중동과 동유럽,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신규 발주가 확대되며 국가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전 중심 구조가 오히려 조직 간 긴장 관계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수원의 기술 역량과 현장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사업 수행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아직 최종안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체계 효율화 방안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단계”라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구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플랜트 사업을 넘어 국가 간 외교와 금융, 기술이 결합된 종합 프로젝트다. 이번 제도 개편이 ‘팀 코리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혹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향후 구체적인 설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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