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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우리 결혼했어요~ 새를 닮은 남해 작은 섬에서

아직은 앳되 보이는 신랑 신부가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그들 뒤로 초여름 바다가 눈이 시리게 펼쳐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얀 드레스가 더욱 환하게 빛난다. 그런 신부의 모습을 신랑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이다.

우리 결혼했어요~ 새를 닮은 남해 작은 섬에서

미조항서 배로 5분 거리인 조도

도·군 올해 ‘에코 웨딩 섬’ 기획

전국서 모집·선정된 두 쌍 혼례

섬 한 바퀴 도는 2.3㎞ 둘레길

멋진 해안절벽·바다 전망 매력

14일 남해 조도에서 결혼식을 한 조경욱 ·길다현 씨 부부가 바다와 섬 풍경을 배경으로 서로를 바로보고 있다. /이서후 기자

아직은 앳되 보이는 신랑 신부가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그들 뒤로 초여름 바다가 눈이 시리게 펼쳐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얀 드레스가 더욱 환하게 빛난다. 그런 신부의 모습을 신랑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는 풍경이다.

14일 남해군 미조면 조도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조도는 미조항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작은 결혼식 이야기

결혼식은 정오에 시작됐다. 조도 다이어트센터에 결혼식장이 간소하게 차려졌다. 이곳은 남해군이 조도와 호도 일대에서 진행하는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 사업’의 하나로 지은 휴양시설이다.

경남도와 남해군은 올해 조도에서 ‘에코 웨딩 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이어트 보물섬과 마찬가지로 멋진 섬 풍경을 활용한 관광지 육성 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 행사가 이날 열린 ‘프라이빗 에코 웨딩’이다. 장식과 하객 초대를 최소화한 작은 결혼식(스물 웨딩)이다.

이날 두 쌍이 동시에 혼례를 올렸다. 지난달 모집 공고에 전국 23쌍이 지원했는데, 이 중에서 길다현·조경욱 씨 부부, 정다영·박승현 씨 부부가 선정됐다.

남해 조도 다이어트센터에서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작은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이서후 기자

14일 남해 조도에서 결혼식을 한 조경욱·길다현(오른쪽) 씨, 박승현·정다영 씨 부부. /이서후 기자

길 씨 부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혼인신고만 한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이다.

“화려하고 큰 결혼식은 아니더라도, 저희답고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고 싶어요.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도 우리 조도에서 정말 행복했지 하면서 웃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청 사연 중)

정 씨 부부는 재혼이었는데, 암투병하는 아내가 곁을 묵묵히 지킨 든든한 남편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이번 결혼식이었다.

“다시 행복할 수 있다고, 아직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프라이빗 웨딩을 경험하며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신청 사연 중)

이들에게는 자연을 활용한 결혼 장식과 전문가가 제작한 결혼 화보가 제공됐다. 하객들에게는 남해 특산물과 기념품으로 구성된 선물도 주어졌다. 결혼식 후 지역 음악가 공연도 펼쳐졌다.

하객 중에는 막 섬 청소를 마치고 온 ‘경상남도 섬 서포터즈’ 14명도 있었다. 이들은 지역 섬의 매력을 누리소통망(SNS)이나 블로그 등으로 홍보하고, 섬 탐방과 환경 정비를 하는 일종의 ‘섬 홍보단’이다. 올해 3기 67명이 활동 중이다.

남해 조도 다이어트센터와 주변 풍경. /이서후 기자

경상남도 섬 서포터즈들이 남해 조도 환경 정화 활동을 하려고 해변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새섬 이야기

남해군 남쪽 끝자락, 미조면은 남해 읍면 중에서 가장 작다. 미조리, 송정리 두 개 법정동에 마을이 13개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면이 남해에서 가장 많은 20개 섬을 거느리고 있다.

남해 금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상주해수욕장 왼편으로 옹기종기 모인 섬들이 이들이다. 미조면에 우뚝 솟은 망산(286m) 자락이 바다 쪽으로 두 팔을 벌려 이 섬들을 너른 품으로 불러들이는 모양새다.

그 품 안에 호도(범섬), 조도(새섬), 사도(뱀섬), 장도(노루섬) 등 동물 이름이 붙은 섬들이 있고, 팥섬, 콩섬, 율도(밤섬), 애도(쑥섬), 미도(쌀섬) 등 곡식 이름이 붙은 섬들도 있다. 모두 섬의 생김새에 따라 붙인 이름들이다.

20개 섬 중 조도와 호도에만 사람이 산다. 참고로 남해군 부속 섬 중에 사람이 사는 섬은 조도·호도 외 상주면 노도 3곳뿐이다.

조도는 우리말로 ‘새섬’인데, 섬 모양이 새가 날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조항에서 보면 큰 섬 끝 뾰족한 부분이 부리, 가운데 솟아오른 봉우리가 몸통, 작은 섬이 꽁지처럼 보인다. 그런 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원래 큰 섬과 작은 섬이 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제방으로 연결됐다. 작은 섬 선착장이 연결 지점이다. 섬 주변은 삼치, 준치, 장어 등 어류 자원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크고 작은 섬으로 둘러싸여서 그런지 주변 풍경이 좋다. 작은 섬 선착장에서 시작해 큰 섬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잘 가꿔져 있다. 전체 길이가 2.3㎞로 어른 걸음으로 한 시간이 안 걸린다. 숲길을 걷다가 나타나는 멋진 해안절벽에서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다. 전망대와 투명 다리 등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남해 조도 둘레길에서 만난 남해바래길 안내 리본. /이서후 기자

남해바래길 중 조도바래길 안내도. /남해군

남해군에는 남해바래길이란 훌륭한 걷는 길이 있다. 섬 지역에도 지선 개념으로 섬바래길을 만들었는데, 1코스가 조도바래길이다. 조도 외에 호도와 노도에도 섬바래길이 있다.

경남도는 조도를 비롯해 올해 섬 10곳에서 ‘섬 특화(테마)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건물을 짓거나 하는 게 아니라 지역 섬들의 매력을 알려 방문객을 늘리려는 취지다.

특히 ‘섬 트레킹(걷는 여행) 인증제’가 인기다. 원래 남해 조도·호도와 통영 두미도·사량도를 대상으로 하던 것을 통영 비진도·욕지도, 사천 신수도, 거제 화도로 확대했다. 섬 트레킹 인증제에서는 조도와 호도 둘레길을 ‘섬누리길’이라 부른다.

섬누리길이든 섬바래길이든 상관없다. 아니, 꼭 둘레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조도 다이어트센터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만으로 미조항에서 굳이 배를 타고 가볼 이유는 충분하다.

남해 조도 둘레길. /이서후 기자

남해 조도 둘레길. /남해군

남해 조도 둘레길. /남해군

/이서후 기자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경상남도 섬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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