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 시인·요가마스터·문화칼럼니스트
요가 수련실을 떠올리면 대개 은은한 조명, 향나무 냄새, 그리고 들숨과 날숨이 오가는 정숙한 침묵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으면 세상의 모든 소음은 매트 문밖으로 쫓겨나고 오롯이 나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고요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이런 요가의 넓고 깊은 바닷속에도 그 단정한 정적을 산산조각 내며 온몸을 흔들어대는 지극히 동적이고도 파격적인 수련이 존재한다. 바로 '웃음 요가(Laughter Yoga)'다. 처음 웃음 요가라는 이름을 접하면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가벼운 유머 클럽 정도로 치부하기 쉽다.
"웃는 것도 요가가 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1995년 인도 뭄바이의 한 공원에서 내과 의사인 마단 카타리아 박사가 단 다섯 명의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 이 수련은 오늘날 전 세계 100여 개국 이상으로 번져나간 강력한 심신 정화 운동이 됐다.
카타리아 박사는 의학적 연구를 통해 웃음이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급격히 낮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꼭 유머나 농담, 기쁜 일이 있어야만 웃어야 하는가? 아무런 이유 없이 몸을 움직여 웃음을 만들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련은 지극히 엉뚱하고 어색하게 시작된다. 특별한 유머집도, 웃긴 동영상도 없다. 그저 수련자들이 동그랗게 모여 서서 박수를 치며 일정한 리듬에 맞춰 "하하하, 호호호"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다. 손바닥의 경혈을 자극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강제로 배에 힘을 주며 웃음 소리를 만들어낸다. 당연히 처음 몇 분간은 민망함과 쑥스러움이 밀려온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자의식이 솟구치고 헛웃음이나 어색한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웃음 요가의 진가는 바로 이 '어색한 헛웃음'에서 출발한다. 뇌신경 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스스로 만든 의도적인 웃음 표정과 실제 기쁨에서 우러나온 웃음을 완벽히 구분하지 못한다.
입꼬리를 올려 얼굴 근육을 움직이고 복근을 율동적으로 쥐어짜는 동작만으로도 뇌는 '아, 지금 내가 아주 즐겁구나'라고 착각해 실제 웃을 때 나오는 유익한 화학 물질들을 혈액 속으로 뿜어내기 시작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요가학적 관점이다. 요가에서 숨은 곧 생명 에너지인 '프라나(Prana)'다.
'웃음 요가(Laughter Yoga)' AI생성 사진. 최진태 제공
우리가 크게 웃을 때 일어나는 신체 반응을 가만히 관찰해 보라. 웃음은 본질적으로 '강렬하고 연속적인 날숨'이다. 폐구석에 찌들어 있던 묵은 공기와 이산화탄소를 배꼽 아래 단전에서부터 쥐어짜내어 밖으로 쏟아내는 극적인 호흡법인 셈이다.
가짜로 시작한 웃음 소리가 호흡을 흔들고 옆 사람의 어색해하는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가짜 웃음은 이내 봇물 터지듯 진짜 폭소로 바뀐다. 전염성이 강한 웃음의 파동이 수련실 전체를 울릴 때 거친 날숨 뒤로 맑고 신선한 산소가 온몸의 세포마다 깊숙이 차오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가슴속에 고이는 무거운 찌꺼기들을 견뎌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말하지 못한 서운함, 글이 막힐 때의 아득한 고뇌, 나이 듦에 대한 불안,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생채기들이 켜켜이 쌓여 마음의 기도를 막아버린다.
우리는 너무 자주 엄숙해지고 지나치게 심각해지며 제 무게에 짓눌려 웃음을 잃어버린다. 웃음 요가는 우리에게 무거운 삶의 옷을 한풀 벗어 던지라고 권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어떤 대가나 까닭도 없이 그저 배를 잡고 껄껄 웃어버리는 행위는 삶에 대한 일종의 용감한 반란이다. 그것은 "세상이 나를 눌러도, 나는 내 안의 기쁨을 스스로 틔워내겠다"는 결의와도 같다.
체면과 자의식이라는 딱딱한 껍질을 깨부수고 터져 나오는 폭소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하루에 수백 번을 웃지만 어른은 겨우 십여 번 남짓 웃는다고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이라면 웃음 요가는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순수한 아이의 얼굴을 되찾아주는 영혼의 세탁기인 셈이다.
요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코 화려한 동작을 완성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웃음 요가는 목소리와 호흡을 통해 가슴속 응어리를 터뜨려버리는 정화법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깊고 단단한 요가는, 아무런 조건 없이 나 자신을 향해 환하게 터뜨려주는 배꼽 잡는 웃음 한 판이 아니겠는가.
철갑을 해제하라
웃어서 기쁜 것인가/기뻐서 웃는 것인가/배꼽아래 깊은 우물에서/솟구쳐 오르는 찬란한 금빛 물결/내가 웃어야 세상이 웃는구려
최진태 시인·요가마스터·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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