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의 공천 과정과 윤리의식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홍창민 애니모비 대표이사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윤리심판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내며 경험한 정당의 윤리·공천 시스템 운영 과정을 저서 ‘윤리 있는 정치, 정치 있는 윤리’에 담아냈다.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 출신으로 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를 이끈 그는 “정치인의 가장 큰 자산은 국민의 신뢰”라며 윤리적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창민 대표이사는 22일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리심판원과 공천관리위원회의 역할, 정당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 그리고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하며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정당에 대한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는 최근 민주당 6ㆍ3 지방선거 및 재ㆍ보궐선거 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다음은 홍창민 대표이사 일문일답.
-윤리심판원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조직이다. 어떤 역할을 하나.
“쉽게 말하면 정당 내부의 법원 또는 인사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민주당 당원과 당직자, 선출직 공직자 등에 대한 징계와 포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다. 정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인 만큼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윤리심판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하고, 정당이 스스로 윤리적 기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뿐 아니라 윤리적 기준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정치권에서 활동해온 인물은 아니지 않나. 기업인 출신이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심판원장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렇다. 나는 기업인이다. 은행에서 10년 정도 근무했고 일반 직장생활도 했다. 이후 IT 회사를 창업해 약 20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정당 활동은 정치인이 돼서 한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로서 협조 요청을 받아 참여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기업인이면서 외부 인사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일반적으로는 교수나 변호사가 많이 맡는다. 하지만 기업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인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윤리심판 역시 법률 재판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의 시각도 의미가 있다. 기업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기업인은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 미리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판단하려고 한다. 그런 모습이 신뢰를 얻었던 것 같다. 일관성 있게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계속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것 같다.”
-윤리심판원장으로 활동하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민주당 안에는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훌륭한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동시에 정당 역시 사람이 모인 조직인 만큼 부족한 모습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존재한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윤리는 한 번 선언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당도, 정치인도, 당원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점검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윤리심판원 활동을 하며 정치에서 윤리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마다 균형점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공천은 단순히 사람을 선발하는 절차가 아니다. 경험과 변화, 헌신과 경쟁력, 조직 기여와 확장성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와 정당의 미래 경쟁력이라는 기준에 따라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공천 과정은 늘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공정성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윤리심판원장직을 수락할 때 부담은 없었나.
“있었다. 당시가 윤석열 정부 시기였고 기업인이 정치와 연관되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고 싶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 역시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영역이다. 좋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좋은 시스템이 유지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치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육이다. 제도 자체는 상당히 갖춰져 있다고 본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영과 이해다. 윤리심판원이나 공천관리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충분한 교육과 이해가 이뤄진다면 제도는 훨씬 더 잘 작동할 수 있다. 평가 항목에는 역량, 정체성, 기여도, 도덕성, 당선 가능성, 면접 등이 있다. 결국 윤리의식과 역량을 모두 갖춘 사람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서 ‘윤리 있는 정치, 정치 있는 윤리’를 집필한 계기는 무엇인가.
“윤리심판원과 공천관리위원회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일반 국민은 물론 당원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 역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구체적인 운영 과정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정당 민주주의는 선거 때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다양한 제도와 절차를 통해 운영된다. 민주당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어떤 기준으로 윤리와 공천을 관리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며 경험한 현장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남겨두고 싶었다. 이 책은 정치를 평가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의 실제 작동 과정을 기록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서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가장 중점으로 둔 부분이 있다면.
“전체 분량의 약 4분의 1은 공천관리위원회 이야기이고, 나머지 4분의 3은 윤리심판원 이야기다. 그중 일부는 나의 성향이나 판단 기준을 알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사실 윤리심판원이나 공천관리위원회는 잘 알려진 조직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정리된 기록도 거의 없다. 그래서 실제로 어떤 절차를 거치고 어떤 기준으로 운영되는지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중도 많이 알고 당원도 많이 알수록 제도가 투명해진다. 절차적 정당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개별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절차가 공정했는지는 검증할 수 있다. 절차가 공개되면 기준에 대한 논의도 가능해지고,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도 있다. 좋은 시스템과 운영 방식을 자산으로 남기고 싶었다. 민주당이 축적한 경험 역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을 쓸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려고 했다. 평가를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절차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객관적으로 나열하려고 했다. 그 기준들을 공개하면 앞으로 선출직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들도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공직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책을 출간하며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왜 지금까지 이런 기록이 없었다고 생각하나.
“굉장히 뿌듯하다. 당 조직에 무언가를 남겼다는 의미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기록이다. 특히 이 책은 AI가 대신 쓸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 직접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어떤 사례를 다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징계나 포상 사례를 잘못 다루면 정치적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당에서도 그런 방향에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윤리적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약속을 지키고,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태도를 유지할 때 조금씩 쌓이게 된다. 시민들은 정치인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행동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윤리적 책임감이 몸에 밴 정치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게 되고, 그 신뢰가 결국 정치인의 가장 큰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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